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새해에도 세계인들을 사로잡고 있다.

드디어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되었구나”하고 감탄하다가 문득 그 뜨거운 열기의 이유가 궁금해진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 시장에서 환영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한국적인 것의 세계화’가 아니라 어쩌면 세계적인 보편적 속성에 우리 것을 잘 담아냈기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요즘 트렌드인 일렉트로닉 팝의 리듬, 박자, 춤에 우리 것을 더해 인기 있으니 말이다. 싸이와 더불어 K-POP가수들의 활약에서 기획사의 노력 너머 뿌리 깊은 우리 민족의 가무에 대한 감각과 재능이 느껴진다.

고구려의 무용총 고분벽화(5세기)의 ‘뿔나팔을 부는 사람’을 보면 K-POP으로 세계인을 들썩이게 하는 우리 젊은이들에게서 분출되는 유전자의 시원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무덤 주인공이 즐겼을 춤공연이 기록돼 있는 무용총 천장 벽화 속, ‘뿔나팔을 부는 사람’의 그 대담한 연출을 무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모자 위 장식과 온몸을 휘감고 있는 패션의 삼각 재단, 한껏 멋을 낸 뒷머리와 도발적인 맨발은 요즘 보아도 최첨단 스타일이다. 이처럼 자유분방한 패션을 하고 뿔나팔로 연주하는 아름다운 선율이 무덤 주인공을 위로하며 하늘세계로 인도했을 것 이다.

한 연구가는 “벽화를 보유한 민족은 핵무기를 보유한 민족보다 훨씬 위대하고 강하다”고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고구려 고분벽화는 95기. 오늘날 영상매체에 맞먹는 고구려벽화의 생생한 화면에서 알 수 있듯 고구려인의 진취적 기상과 예술적 힘, 세계를 향한 열린 가슴은 그대로 이어져 지금 발휘되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무용총 고분벽화 속 주인공들은 한민족의 핏줄을 타고 흐르는 예술적 유전자의 살아있는 증거로 우리 곁에 남아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