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멀리 보고 도약하자
2013년 02월 04일(월) 00:00 가가
김영용
전남대 교수·경제학
전남대 교수·경제학
박준영 전남 지사가 지난달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호남 유권자들이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것은 ‘가볍고 충동적인 선택’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한 편에서는 ‘박 지사의 발언에 대한 성난 호남 민심의 표현’을 대변하듯 한 전남도의회 의원이 도정 보고를 하던 박 지사에게 물을 끼얹었고, 이에 대해 다른 한 편에서는 ‘대화와 타협을 포기한 민주주의 배신행위’라고 비판했다.
박 지사는 “‘호남인이 고립돼 있어 치유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감정적·충동적으로 하지 말자’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고, 자신에게 물세례를 퍼부은 의원의 선처를 당부했다. 도의회가 물세례를 한 의원의 제명을 부결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됐다.
자유 사회에서 유권자들은 자신의 뜻대로 표를 행사할 수 있고, 그 결과 특정 후보에게 표가 몰릴 수도 있다. 그래서 유권자들의 투표 행위를 탓할 이유는 없다. 또한 모든 사람은 투표 결과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는 점에서 박 지사의 발언도 시비할 사항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박 지사의 발언이 분란이 아니라 호남의 발전을 위한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투표 행위의 의미와 영향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성찰의 출발은 박 지사가 받은 질문인 “호남이 고립돼 있다”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은 한화갑 전 의원이 대선 전에 한 TV 대담 프로그램에 나와 “호남은 밖을 내다보고 밖에서 호남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한 발언에도 담겨 있다.
호남의 지역의식 또는 지역감정은 꽤 긴 시간을 두고 형성됐다. 필자는 1980년대 말 지역감정 해소 방안에 대한 연구에서 호남의 지역감정에 대해 3시기로 나눠 검토한 적이 있다.
지역감정 형성기(1962∼1971년)는 정부의 경제개발 의지와 함께 태동한 토착 기업가의 공업건설 의지가 좌절되고 농업개발 욕구와 하부구조 건설 요망 등이 정부의 차별정책으로 좌절된 시기다. 현 기아자동차의 전신인 아시아자동차와 영산강 유역개발 하부구조 건설이 좌절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당시 자동차 관련 시장 여건으로 보아 완성차의 조립 생산은 어려웠다. 그러나 문제는 1960년대 초반부터 경부(京釜)를 축으로 이뤄진 경제개발은 효율성에 따른 측면이 강하지만 호남은 지역민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원 배분에서 소외되었다는 점이다. 경제적 소외 의식이 지역감정의 근간이 되고, 김대중의 대통령 출마를 계기로 정치의식으로 나타났다.
정치적 고양기(1971∼1980년)는 경제적 소외 의식이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과 얽히면서 정치 의식으로 심화된 시기다. 김대중 납치 사건이 이런 의식의 심화를 가져왔다.
정치적 표출기(1980 ∼ )는 호남인들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계기로 경제적 소외 의식 차원을 넘어 제반 사회적 모순을 야기하는 비민주적 요소의 척결의지를 강하게 나타내는 시기다. 신군부에 의해 1980년 5월의 봄이 좌절되고, 김대중이 구속되는 사건이 호남 지역의 정치의식을 밖으로 크게 드러낸 계기가 되었다.
요즈음의 호남 민심은 정치적 표출기의 연장선으로 지역의식과 감정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 의식이 지난 대선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몰표로 이어졌다. 그런데 영남지역도 동향 출신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지만 이에 대한 외부의 해석이 다르다는 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현재 정치적 주류인 영남의 투표 행위에는 별다른 시비가 없는 반면 비주류인 호남의 투표 행위는 기이하게 여기는 시각의 차이가 있다.
어쨌든 호남이 현재 소수라는 사실은 분명하며, 점점 더 고립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도 부정하기 어렵다. 문제는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다수와 소수 간에 차별이 존재하면 다수와 소수가 모두 손해를 보지만 소수가 더 큰 손해를 본다는 점이다. 더구나 소수가 다수를 보복하면 소수의 손해가 더 커진다는 것이 경제이론이다.
자유 사회에서 소수가 힘을 얻는 방법은 다수를 설득함으로써 스스로 다수의 위치를 차지하는 길밖에 없다. 폭력, 불복종, 혁명은 대안이 아니다. 호남이 경제적 소외와 정치적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고의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 박 지사의 발언을 고립에서 벗어나자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아울러 호남인이 좀 더 가슴을 열고 멀리 보며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자유 사회에서 유권자들은 자신의 뜻대로 표를 행사할 수 있고, 그 결과 특정 후보에게 표가 몰릴 수도 있다. 그래서 유권자들의 투표 행위를 탓할 이유는 없다. 또한 모든 사람은 투표 결과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는 점에서 박 지사의 발언도 시비할 사항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박 지사의 발언이 분란이 아니라 호남의 발전을 위한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투표 행위의 의미와 영향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성찰의 출발은 박 지사가 받은 질문인 “호남이 고립돼 있다”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은 한화갑 전 의원이 대선 전에 한 TV 대담 프로그램에 나와 “호남은 밖을 내다보고 밖에서 호남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한 발언에도 담겨 있다.
물론 당시 자동차 관련 시장 여건으로 보아 완성차의 조립 생산은 어려웠다. 그러나 문제는 1960년대 초반부터 경부(京釜)를 축으로 이뤄진 경제개발은 효율성에 따른 측면이 강하지만 호남은 지역민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원 배분에서 소외되었다는 점이다. 경제적 소외 의식이 지역감정의 근간이 되고, 김대중의 대통령 출마를 계기로 정치의식으로 나타났다.
정치적 고양기(1971∼1980년)는 경제적 소외 의식이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과 얽히면서 정치 의식으로 심화된 시기다. 김대중 납치 사건이 이런 의식의 심화를 가져왔다.
정치적 표출기(1980 ∼ )는 호남인들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계기로 경제적 소외 의식 차원을 넘어 제반 사회적 모순을 야기하는 비민주적 요소의 척결의지를 강하게 나타내는 시기다. 신군부에 의해 1980년 5월의 봄이 좌절되고, 김대중이 구속되는 사건이 호남 지역의 정치의식을 밖으로 크게 드러낸 계기가 되었다.
요즈음의 호남 민심은 정치적 표출기의 연장선으로 지역의식과 감정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 의식이 지난 대선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몰표로 이어졌다. 그런데 영남지역도 동향 출신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지만 이에 대한 외부의 해석이 다르다는 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현재 정치적 주류인 영남의 투표 행위에는 별다른 시비가 없는 반면 비주류인 호남의 투표 행위는 기이하게 여기는 시각의 차이가 있다.
어쨌든 호남이 현재 소수라는 사실은 분명하며, 점점 더 고립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도 부정하기 어렵다. 문제는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다수와 소수 간에 차별이 존재하면 다수와 소수가 모두 손해를 보지만 소수가 더 큰 손해를 본다는 점이다. 더구나 소수가 다수를 보복하면 소수의 손해가 더 커진다는 것이 경제이론이다.
자유 사회에서 소수가 힘을 얻는 방법은 다수를 설득함으로써 스스로 다수의 위치를 차지하는 길밖에 없다. 폭력, 불복종, 혁명은 대안이 아니다. 호남이 경제적 소외와 정치적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고의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 박 지사의 발언을 고립에서 벗어나자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아울러 호남인이 좀 더 가슴을 열고 멀리 보며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