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열풍이다. 영화 개봉 한달 만에 전국 관객 500만 명을 돌파하더니 원작 소설, OST앨범도 인기다. 열광의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의 상황이나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 살아갈수록 소중하게 여겨지는 자유, 평등, 박애라는 가치들을 극적이고도 예술적인 완성도로 표현된 것이 요즈음 우리들 마음에 파고들어서 인 것 같다.

영화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 민중들의 비참한 삶과 1830∼1832년의 프랑스 시민 혁명이 시대적 배경이다. 바로 그 곳, 1830년 7월 혁명의 한복판에 있었던 외젠 들라크르와(1798∼1863)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그린다. 프랑스 국민군에 입대했지만 봉기에는 직접 참가하지 않았던 들라크르와는 대신 화면에 소총을 잡고 실크햇을 쓴 남자의 모습으로 자신을 등장시킨다. 권총을 들고 환희의 함성을 지르는 어린 소년은 영화 속 부랑아였던 소년 가부로슈인 듯 하다.

파리를 뒤덮은 포화의 연기 사이로 보이는 시민군들은 삼색기를 손에 들고 전진하는 ‘자유의 여신’ 뒤를 따른다. 이 여신은 작품 속 이미지로만 머물지 않고 ‘혁명정신’과 ‘프랑스 공화국’을 상징하는 여성상인 ‘마리안느’가 된다. 프랑스는 공식적으로 조각전을 개최해 어머니이자 누이, 여신의 이미지로서 마리안느의 모습을 탄생시키는데 이어 현대에 와서는 10년마다 마리안느를 대표하는 여성을 선발한다. 역대 마리안느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 미레이 마티유, 카트린 드뇌브, 레티시아 카스타를 거쳐 현재는 소피 마르소로 치환되며 ‘혁명의 상징’으로 우리 곁에 살아있다.

시간의 비평을 견뎌낸 명화들은 이처럼 매 순간마다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선다. 2013년 겨울을 보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영화 ‘레 미제라블’이 일어설 용기를 주었듯이 들라크르와가 화폭에 창조한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도 혁명과 연대의 새로운 서사를 그려보게 한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