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그리고 우리의 삶을 계획할 때, 얼마나 먼 것들까지를 고려해야 하는가? 방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가면, 그때 발을 드려 놓는 ‘밖’이라는 것은 사실은 광대무변한 우주공간이다. 더러 밤하늘의 별을 보게 되면 이 ‘밖’이 눈앞의 광경 또는 주변이 아니라, 별에 이르는 공간이라는 것을 의식한다.

이 우주공간에서 방출되어 나오는 에너지와 입자들이 사람의 몸에 부딪치고, 그것을 꿰뚫고 지나간다. 한 사람의 몸으로 지나가는 뉴트리노 입자는 초당 수십억 또는 수조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것은 별로 나쁘거나 좋은 효과를 내지는 아니한다. 우주선(宇宙線)은 지구의 자장에 의하여 차단되지 아니하면, 사람의 생명에 큰 해를 입힐 것이라고 한다. 현재 지구를 위협하고 있는 기후 변화가 우주선에 관계된다는 이론도 있다.

이에 비슷하게 여러 별들의 인력에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지구 축의 경사도가 기후 변화에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도 있다. 다만 이러한 것들은 당장에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별을 쳐다보면서 길을 가던 탈레스가 도랑에 빠졌다는 것은 너무 먼 것이나 큰 것을 생각하면 오늘의 삶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교훈을 말하는 일화이다.

그렇다고 발밑만 보고 가는 사람이 참으로 지혜로운 삶을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방 바깥의 우주공간은 인간사(人間事)를 새로운 원근법으로 보게 한다. 도랑에 빠질 위험을 무릅쓰고 별을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과학이 우주공간의 탐험에 나갈 수 있는 정도로 발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큰 세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이 교통과 통신이 발달된 지금의 시대이다. 그러나 큰 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진정으로 자기에게 관계된 사항들이 무엇인가를 알기 어렵게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스스로의 삶을 위해 교통과 정보를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를 느낀다. 중요한 것은 크고 작은 것의 균형이다. 이것은 특히 사회적인 조건을 생각하는 데에 있어서 그러하다.

오늘의 삶의 조건을 설명하는 데에 있어서 너무나 큰 테두리만을 논하는 것을 들으면-모든 것을 하나의 거대한 원인, 가령, 신자유주의라는 원인으로 설명하는 것을 들으면- 맞는 말이지만, 그 조건 속에서라도 오늘의 삶의 당면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삶의 여러 조건들은 동심원적인 테두리를 이룬다. 이것들은 나누어서도 생각하고 함께도 생각하여야 한다.

얼마 전 서울에서 발간되는 신문에 ‘녹색의 땅 전남’이라는 제목의 광고가 실렸다. 광고에는, “은퇴를 준비하십니까? 따뜻한 남쪽 땅 전남으로 오십시요!”하면서 일조량, 공기, 농산물 등이 좋고 생활비가 낮은, 행복의 땅 전남으로 오라는 권고가 들어 있었다. 그 몇 주 전에는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러한 일들은 지역의 내재적 발전에 대한 의식이 강화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아껴 놓은 땅’은 1990년대 초에 나도 참여하였던 목포 도시계획 보고서의 제목이었다. 그 제목은 산업화에는 늦었어도 다른 발전 가능성을 가진 곳이 전라도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나라들에 가보면 지역마다 산수도 다르지만, 건축 양식이나 문화 전통이 서로 다른 지역문화가 존재한다. 독일에서는 북독과 남독, 그리고 동독과 서독이 서로 다름을 분명하게 의식한다.(얼마 전에는 남쪽 바이에른지역의 독립을 주장하는 의견이 나와 한 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이태리의 경우도 도시마다, 지역마다 서로 다른 문화 업적들을 자랑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이 지방 의식은 통일된 국민 의식의 성장을 방해하는 정도가 되어있기 때문에, 그 의의를 쉽게 평가할 수는 없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국가 정책에 대한 새로운 논의들이 진행되는 것을 본다. 국가 발전을 전체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일임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의 지방들도 스스로의 독자적 발전을 생각할 시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앞에 말한 광고와 같은 것은 지방의 내재적 발전에 대한 고려의 시작을 예고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