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을 보내며
2012년 12월 24일(월) 00:00 가가
김 선 정
며칠 후면 2013년, 새해가 된다. 올해는 작년부터 시작된 광주비엔날레 전시 준비, 대학교 강의, 아트선재 센터의 전시들, 그리고 다른 기관들의 전시들로 정신없이 분주하게 지냈던 것 같다. 특히 9월 초에는 광주 비엔날레 전시와 아트선재센터의 ‘이불’전, 하이트 재단의 ‘풍경’전 등 세 개의 전시가 거의 같은 시기에 오픈하면서 시간이 훅 지나가버린것 같다. 이 전시들을 작년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했지만 같은 시기에 세 개의 전시를 준비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광주비엔날레와 아트선재센터의 전시는 새로운 작업을 작가들이 만드는 작품 제작과 전시를 함께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었고 하이트 재단의 전시는 처음하는 기획하는 회화 그룹전이어서 쉽지 않았다.
큐레이터일을 90년대 초에 시작하여 20년 가까이 하고 있지만 회화 작업만을 가지고 만드는 기획전은 이전까지 큐레이팅을 해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90년대 초 전시 기획을 시작할 당시부터 설치, 사진, 비디오 등에 관심을 전시 기획을 했기 때문이다. 그 시기에는 사진이나 비디오, 설치 등의 전시보다는 회화나 조각의 전통적인 매체를 주로 다루고 보여주는 시기였다. 대학에서 회화를 하는 학생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에게 좋은 작업을 보여주는 것이 선생으로, 또 큐레이터로 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어 하이트 콜렉션에서 ‘풍경’전을 기획하게 되었다.
풍경이라는 주제는 회화에서 보편적인 주제이지만 서양과 동양에서 풍경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출발점이 다르다. 주제가 가진 보편성을 작가들은 자신의 생각을 담아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오랜 전통을 가진 매체적인 특성때문에 이미 여러 방식의 그리기에 대한 실험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이 다른 방식으로 표현을 해내는지 그리고 그런 작가들의 작업을 실제로 볼 수 있게 하고 싶어 이번 풍경전을 기획했다. 전시를 만드는 방식에서 비디오나 사진 전시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디오나 사진은 복제가 가능한 매체이기 때문에 전시를 위해 작업을 구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는데 회화전시에서는 작업을 대여해서 전시로 만드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좀 더 좋은 전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과 아직도 부족하다는 생각은 항상 가슴에 남는다.
전시를 만드는 과정 중에 좀 더 시간을 많이 들여 생각을 하고 전시를 만들고 싶다. 전시를 만드는 방법이나 형식, 형태들에 대한 실험을 계속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큐레이팅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 8월 말에는 한국예술 종합학교를 그만두었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벗어나 젊은 작가들과 현장에서 활동을 시작한 큐레이터와 평론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에게 내가 무엇을 가르친다기 보다는 내가 이 과정을 통해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일들이 바쁘게 진행하니 언제나 뭔가에 쫓기듯이 살게 되는것 같았고 한가지 일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떤 일이 나에게 맞는지 또,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생각을 하던 중에 큐레이터 일을 더 집중해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러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난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결정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2012년의 변화는 큰아이의 군 입대이다. 올 초에 큰아이가 군에 간다고 해서 아들이 있는 집에서는 다 겪게 되는 일이려니 하고 있었는데 자꾸 보고 싶고 추운 날씨에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걱정이 된다.
지난 11월 19일에 큰아이를 논산 훈련소에 데려다 주고 돌아왔다. 여러 일로 바빠 아이와 군 입대전 시간을 보내지 못하다 보니 좀 더 같이 시간을 보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대전 날 머리를 짧게 자르러 같이 갔는데 머리가 잘려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괜시리 눈물이 났다. 왜 그런지 머리를 짧게 자르는 아이를 보며 마음이 찡하게 느껴지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훈련소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사진을 찾아보니 밝고 건강해 보여 안심이 된다. 아이에게 받은 짧은 편지를 통해 군 생활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힘들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는 내용을 받았다. ‘통닭과 과자가 먹고 싶다’고 짧게 써있는 편지를 보면서 26일 훈련이 끝나고 받는 첫 휴가에 과자와 통닭을 사가지고 논산 훈련소에서 만날 날만 기다리게 된다.
2012년 여러 전시를 기획하는라 군에 아이가 들어가기 전에 시간을 보내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고 보고 싶기도 하다. 아이가 집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빈자리가 점점 더 크게 느껴지고 보고 싶다.
〈2012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
전시를 만드는 과정 중에 좀 더 시간을 많이 들여 생각을 하고 전시를 만들고 싶다. 전시를 만드는 방법이나 형식, 형태들에 대한 실험을 계속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큐레이팅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 8월 말에는 한국예술 종합학교를 그만두었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벗어나 젊은 작가들과 현장에서 활동을 시작한 큐레이터와 평론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에게 내가 무엇을 가르친다기 보다는 내가 이 과정을 통해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일들이 바쁘게 진행하니 언제나 뭔가에 쫓기듯이 살게 되는것 같았고 한가지 일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떤 일이 나에게 맞는지 또,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생각을 하던 중에 큐레이터 일을 더 집중해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러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난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결정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2012년의 변화는 큰아이의 군 입대이다. 올 초에 큰아이가 군에 간다고 해서 아들이 있는 집에서는 다 겪게 되는 일이려니 하고 있었는데 자꾸 보고 싶고 추운 날씨에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걱정이 된다.
지난 11월 19일에 큰아이를 논산 훈련소에 데려다 주고 돌아왔다. 여러 일로 바빠 아이와 군 입대전 시간을 보내지 못하다 보니 좀 더 같이 시간을 보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대전 날 머리를 짧게 자르러 같이 갔는데 머리가 잘려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괜시리 눈물이 났다. 왜 그런지 머리를 짧게 자르는 아이를 보며 마음이 찡하게 느껴지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훈련소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사진을 찾아보니 밝고 건강해 보여 안심이 된다. 아이에게 받은 짧은 편지를 통해 군 생활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힘들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는 내용을 받았다. ‘통닭과 과자가 먹고 싶다’고 짧게 써있는 편지를 보면서 26일 훈련이 끝나고 받는 첫 휴가에 과자와 통닭을 사가지고 논산 훈련소에서 만날 날만 기다리게 된다.
2012년 여러 전시를 기획하는라 군에 아이가 들어가기 전에 시간을 보내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고 보고 싶기도 하다. 아이가 집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빈자리가 점점 더 크게 느껴지고 보고 싶다.
〈2012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