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아동 성폭력사건은 많은 이들을 충격과 분노에 휩싸이게 하였다. 성폭력이란 범죄 자체도 끔찍하지만 피해자가 보호대상인 아동이었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자행되어온 여성장애인 차별과 폭력으로 인한 인권침해 상황에도 많은 관심과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드러나지 않고, 말할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여성장애인이 경험하는 성폭력, 가정폭력피해와 사회·경제·문화·여가·교육·고용 부분의 사회적 차별의 실태는 너무나도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다 보니 피해에 노출된 여성장애인들의 마음속에는 장애가 깊은 상처로 자리하고 있고, 그 후유증으로 인해 심리·정서적으로 불안정한 경우 정신적 장애를 동반하거나 심지어 자신이 경험하는 것이 차별이며 부당한 행위라는 점을 인지하는 감수성마저 약해져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안타까운 사례들이 많다.

1990년대를 전후로 과거 전통문화관습과 유교사상 속에서 침해당해온 여성과 장애인의 인권을 신장시키기 위한 당사자들의 외침과 인권활동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책들이 개발되었고, 그동안 드러나지 못한 여성장애인의 인권문제들도 부각되기 시작했다.

성폭력·가정폭력상담소 및 피해자보호시설, 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 설치와 장차법, 성폭력특례법의 신설 및 개정, 출산지원정책 및 일자리창출 등 다양한 사업 등이 그 성과이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변화와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폭력이나 인권침해 범죄들은 법의 제재를 벗어날 만큼 치밀하고 고차원적으로 계획하여 저지르는 경우도 많이 늘어나 안타까움과 씁쓸함만이 남을 뿐이다.

그렇다면 여성장애인의 인권을 신장시키고, 이들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아무리 많은 정책이 개발되고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늘어나는 것도 좋지만 여성장애인을 소중한 생명체로,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겨진다. 여성장애인이란 존재 자체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다만 동등한 인간이 아닌 ‘여성’과 ‘장애’의 테두리에 넣어 사회 구성원으로서 ‘일반인’과 ‘정상인’이라는 개념과 분류하여 다른 존재로 인식하면서부터 교육, 고용, 사회·문화적인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지 못하는 현실이 여성장애인을 사회적 약자로 만들어버렸던 것이다.

적어도 이런 사회가 된다면 여성장애인들이 행복해지지 않을까?

따가운 시선을 받지 않고, 폭력피해 사례가 없어져 언제, 어디에서라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거리에 다닐 수 있는 사회, 차별과 고충으로 힘겨워하지 않고 취업과 여가생활 등 새로운 사회활동에 도전하며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사회, 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가 여성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며 하나가 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사회는 여성장애인 개인이 아닌, 우리 모두가 노력하여 이룩해나가야 할 것이다.

〈광주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