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조선일보에서 논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작은 결혼식이 좋다는 캠페인이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결혼 의식과 같은 것이 지나치게 거창해지고 호화스러워졌다는 느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자기가 주인공이 되는 잔치나 집회가 크게 벌어지면 무조건 기분이 좋고, 프라이드를 살리는 일이 될는지 모른다. 또 그것은 자신의 세를 과시하고, 축의금을 불리고 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행사가 커지고 부담금이 늘어나다 보니 축의금을 많이 거두어야 하고, 이것은 다시 행사를 더 크게 벌리는 사유가 된다. 시속(時俗)을 따르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 작은 행사는 쓸쓸한 마음이 들게 할 수 있다. 하여튼 날로 커지는 예식의 규모는 개인이나 가족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지만, 사치와 과시의 사회 기풍을 조장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된다.

검소한 삶의 기풍을 조성하고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의례 규모의 크기와 관련하여 또 하나 주목할 것은 그로 인하여 거짓 마음이 더욱 더 습관화 된다는 점이다. 규모가 어떻든지 간에 결혼식에 축의금을 지참하고 참석하는 사람들은 진정으로 결혼을 축하할 마음이 있는 것일까?

외국의 결혼식과 관련하여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다. 청첩장을 보내려고 할 때 그 나라 사람들의 고민은 누구를 초대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를 초대 대상에서 제외할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한다.

청첩장을 보내는 것은 관계의 친밀함을 표현하는 것인데, 초대받지 못한 사람이 소외감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고민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혼식에는 서로 가까이 느끼는 사람들만을 초대하는 것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사람만을 초대하는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한다고 하여도, 결혼식이나 다른 의례 행사에 초대되는 모든 사람들이 쉽게 충분히 축하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축하할 마음이 없을 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나의 답변은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아, 참가를 거절하거나 사양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고받는 마음이 있다고 하여 넘쳐나는 공감을 기대하는 것은 또 하나의 거짓을 말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공감에 선행하여 존경과 존중이다. 의식(儀式)이란 양식화된 행위의 수행을 통하여 사람의 마음을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안무법(按舞法)이다. 의식 가운데 마음이 생겨난다. 물론 그것을 따를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장례 행렬 앞에서 몸가짐을 조심하고 상주의 아픈 마음을 존중하는 것과 같은 것은 그러한 마음가짐의 최소의 표현이다. 종교적 집회에서 기도하는 것은 보다 심각한 의미에서 마음의 전환을 꾀하는 것이다. 진정한 마음이 자신의 삶을 사는 데에 있어서 일반적인 계율이 되어 있다면, 마음이 없이 대열을 불리고 축의금을 내어 놓는 결혼식은 절로 있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타락한 사회에서는 마음의 진정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혼식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일에서도 그러하다. 뇌물을 인사라고 또는 선의라고 하는 것은 자기기만의 관습에서 저절로 나온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억지로 동원되어 노변에 도열하여 있는 것을 보고 그 강제성을 알면서도 그 환호에 감격하였다는 지도자가 있었다.

미국의 작가 윌리엄 사로얀의 작품에 전선에서 보내온 청년 병사의 편지가 들어 있는 것이 있다. 편지에 강조되어 있는 것은 추상적인 애국심이 아니라 자기 고장과 고장의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다. 그것이 그로 하여금 전쟁에 나가 목숨을 바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도 억지스러운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애국심도 구체적인 삶의 사실에 대한 진정한 느낌에서 자라나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정치는 매우 추상적인 이념에 입각할 수밖에 없는 집단 행위를 다루는 인간사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삶의 사실에 관계되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치가 진정한 정치이다.

정치 언어가 번창할 수밖에 없는 계절인데, 진정한 마음을 느끼게 하는 말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검소한 결혼식도 결국은 마음의 문제이다. 마음의 진정성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질서를 부여하고 사회 윤리와 정치의 기본이 된다.

〈이화여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