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
2012년 07월 23일(월) 00:00 가가
이건철
일찍이 아놀드 토인비 등 유수 미래학자들이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언했던 동북아가 정치·군사·경제 부문에서 세계 양강인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로 주목을 받고 있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다루는 ‘6자회담’ 재개와 경제협력기구 구성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경쟁이 대표적 사례이다. 오는 12월 대선에서 이처럼 불안한 남북관계와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대통령이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더욱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6자회담은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남·북한과 미국·중국·러시아·일본의 6개국이 참가하여 2003년 8월에 개최된 ‘다자회담’이다. 4년여 동안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유일한 국제기구로 기능하기도 했지만, 출발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 각각의 의도가 숨어 있었다.
1994년 미국은 북한과 ‘제네바합의’를 통해 북한은 핵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미국은 북한에게 체제 안전보장과 경수로 발전소를 지어준다는 조건으로 핵 문제에 대한 합의를 마쳤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합의였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동북아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대외전략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세계 속에 명실상부한 ‘대국’으로서의 면모와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주기 위해 6자회담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이 6자회담을 자신이 주도한 국제적 비핵화의 평화적 해결기제라고 주장하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또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6자회담 전 중국 주도로 중·미·북의 3자회의(2003년 4월, 북경)가 개최되었으며, 이후 중국이 러시아, 일본, 한국의 참여를 권유하여 2003년 8월 1차 회담이 개최되었고, 2007년까지 6차례의 회의를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미국이나 중국 모두 우리나라를 배제한 채, 북한과 직접 상대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북한 문제에 미국이나 중국에 주도권을 뺏기고, 남·북간 대화나 협의는 전혀 갖지 못했다는 점이며, 현재도 진행형이라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와 동시에 동북아에는 한·중 FTA 추진 움직임을 시작으로 미국을 배제한 한·중·일 경제협력기구 구축과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FTA인 ‘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힘 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한·미 FTA가 발효되고, TPP에 일본이 가세하면서 동북아의 경제적 세력 균형이 미국 쪽으로 옮겨가 있는 만큼, 중국도 한국, 일본 등과의 FTA를 통해 적극적으로 활로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팽팽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에 현명하게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이나 한·일정보협정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구한말 외교문서인 ‘조선책략’에는 남하하는 러시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친(親)중국’ ‘결(結)일본’ ‘연(聯)미국’이 조선의 현명한 대외정책으로 제시되어 있다.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매우 현명한 대처방안으로 생각된다. 현 정부의 ‘친미국’정책과 대비되는 방안이다.
동시에 주변 관련국들도 작년 8월에 총리가 취임한 일본을 제외하고는 5개국 모두 금년에 대통령이 바뀌었거나 바뀔 예정이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지난 4월에 김정은이 등극하여 불안한 상태를 보이고 있고, 러시아는 지난 5월에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했다. 그리고 중국은 오는 10월, 미국은 11월, 우리나라는 12월에 새로운 국정 책임자가 탄생하는 것 또한 동북아 정세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듯싶다.
오는 12월 대선에 참여할 주자들도 6자회담과 경제기구 구성을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정세와 국정 책임자가 바뀌는 여건 속에서 어떤 대외정책을 펼쳐나갈지 밝혀야 하고, 국민들도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특수상황을 감안하면 미국과 중국의 대외정책을 잘 파악하고, 양국 지도자들과도 소통이 원활한 대통령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북한이 불안한 상태에 있다는 측면에서 남북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대통령의 중요한 자격요건이라 믿는다. 잘못된 선택을 할 경우 정치·군사·경제 부문에서 국가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는 중대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남발전연구원 원장〉
1994년 미국은 북한과 ‘제네바합의’를 통해 북한은 핵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미국은 북한에게 체제 안전보장과 경수로 발전소를 지어준다는 조건으로 핵 문제에 대한 합의를 마쳤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합의였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동북아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대외전략으로 평가된다.
이와 동시에 동북아에는 한·중 FTA 추진 움직임을 시작으로 미국을 배제한 한·중·일 경제협력기구 구축과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FTA인 ‘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힘 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한·미 FTA가 발효되고, TPP에 일본이 가세하면서 동북아의 경제적 세력 균형이 미국 쪽으로 옮겨가 있는 만큼, 중국도 한국, 일본 등과의 FTA를 통해 적극적으로 활로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팽팽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에 현명하게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이나 한·일정보협정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구한말 외교문서인 ‘조선책략’에는 남하하는 러시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친(親)중국’ ‘결(結)일본’ ‘연(聯)미국’이 조선의 현명한 대외정책으로 제시되어 있다.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매우 현명한 대처방안으로 생각된다. 현 정부의 ‘친미국’정책과 대비되는 방안이다.
동시에 주변 관련국들도 작년 8월에 총리가 취임한 일본을 제외하고는 5개국 모두 금년에 대통령이 바뀌었거나 바뀔 예정이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지난 4월에 김정은이 등극하여 불안한 상태를 보이고 있고, 러시아는 지난 5월에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했다. 그리고 중국은 오는 10월, 미국은 11월, 우리나라는 12월에 새로운 국정 책임자가 탄생하는 것 또한 동북아 정세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듯싶다.
오는 12월 대선에 참여할 주자들도 6자회담과 경제기구 구성을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정세와 국정 책임자가 바뀌는 여건 속에서 어떤 대외정책을 펼쳐나갈지 밝혀야 하고, 국민들도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특수상황을 감안하면 미국과 중국의 대외정책을 잘 파악하고, 양국 지도자들과도 소통이 원활한 대통령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북한이 불안한 상태에 있다는 측면에서 남북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대통령의 중요한 자격요건이라 믿는다. 잘못된 선택을 할 경우 정치·군사·경제 부문에서 국가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는 중대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남발전연구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