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은 그냥 ‘산’이 아니다. 지리산은 생명평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며, 우리나라의 첫 번째 국립공원이다. 지리산국립공원에는 반달가슴곰을 포함한 수많은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으며, 노고단, 세석, 제석봉은 아고산 생태계가 남아있는 보물 같은 곳이다.

그런데 지금, 지리산국립공원은 성장과 개발, 눈앞의 이익에 갈기갈기 찢기고 있다. 2010년 지리산국립공원 천왕봉, 반야봉, 노고단, 설악산국립공원 대청봉까지 케이블카가 올라가도록 자연공원법을 개정한 환경부는 올해 2월 지리산국립공원 4곳(남원, 함양, 산청, 구례), 설악산국립공원 1곳(양양), 월출산국립공원 1곳(영암)을 대상으로 한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지 선정 일정’을 발표하였다.

환경부는 3월 23일까지 7개 지자체로부터 최종보완서류 제출을 받은 후 환경영향평가서 초안검토, 민간전문위원들의 검토(현장 확인, 경제성 검토결과,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검토결과, 관계기관 협의결과, 시민단체 의견 등 종합검토),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민간전문위원회 검토결과, 현장검증, 심의의결 등)를 거쳐 올해 6월 말까지 시범사업대상지를 선정하겠다고 한다. 3개월 안에 7개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검토, 민간전문위원회 검토,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등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국립공원 케이블카에 대한 논의는 2001년 시작되어 2004년 말 환경부는 ‘엄격히 제한된 범위 안에서 허용하겠다’라는 원칙을 발표하였고 당시 모든 지자체는 케이블카 추진을 포기하였다. 무덤 속에 있던 국립공원 케이블카를 살아나게 한 것은 누구일까? 이명박 정부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로프웨이 협의체’를 구성하여 국립공원 케이블카를 재논의하더니 급기야 자연공원법을 개정하고, 이제 3개월 안에 모든 걸 끝내려 한다.

환경부는 10년간 계속되고 있는 국립공원 케이블카 논란을 3개월 안에 마무리하려 한다. 3개월은 한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검토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더구나 지리산국립공원에 추진되는 4개의 케이블카가 이렇게 졸속 추진되고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보호지역을 대표하는 국립공원까지 4대강 꼴이 나도록 놔둬선 안 된다.

지금 지리산자락은 케이블카가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기대, 케이블카가 지역을 살릴 것이라는 환상, 지자체와 토건세력들의 ‘묻지마 개발, 카더라 선동’으로 분열되어 갈등하고 있다. 진심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다.

국립공원 케이블카가 생태환경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불필요한 시설임은 설악산, 내장산, 덕유산국립공원에서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케이블카는 지역을 잘 살게 하거나, 지역에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케이블카는 초기 1∼2년 장사가 될 수는 있어도, 케이블카 업자만 돈을 버는, 소소한 벌이로 삶을 꾸려나가는 주민들에게는 타격을 주는 시설이다.

환경부는 지금 당장, 졸속으로 추진되는 국립공원 케이블카 촉진 정책을 멈추고 차기 정부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차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립공원 케이블카가 ‘3개월’이라는 시간 안에 갇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