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인터넷 공간에선 대통령이 손녀를 데리고 시장의 구멍가게에서 과자를 사는 사진 한 장 때문에 시끌벅적 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려진 사진을 보고 어느 네티즌이 이 대통령의 손녀가 입고 있는 흰색 패딩 점퍼가 3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제품이라고 댓글을 달자, 대통령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글들이 인터넷과 트윗, 그리고 페이스북 등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때마침 요즈음 선거철의 정치구호가 1%와 99%의 대결구도를 상정하는 것이 유행이어서 이러한 사례는 상징적 차원에서 정치적으로도 이용할 가치가 매우 높았다. 그런데 얼마 후 다른 네티즌이 손녀가 입은 점퍼가 300만 원대의 고가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혔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은 현 정부의 지도층이 서민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기존의 시각을 또 한 차례 보강한 뒤였다.

그런데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현상은 진보와 보수 가리지 않고 피해자를 발생시킨다. 한 예로 얼마 전, ‘도가니’를 쓴 작가 공지영은 ‘샤넬백 논란’에 휘말렸다. 발단이 된 것은 공지영이 지난해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 팀과 미국 공연을 다녀오면서 샤넬백을 매고 비즈니스석 출입구로부터 걸어 나오는 모습이 담겨 있는 한 장의 사진이었다.

공지영 작가는 사진에 찍힌 가방이 샤넬 제품이 아닌 평범한 다른 브랜드임을 밝혔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공씨가 99%의 서민을 위한다면서 정작 자신은 1%의 삶을 산다고 비난했다.

이상과 같은 현상을 놓고 학자들은 ‘사이버 폭포 효과’, ‘분열 소통’, ‘탄환 소통’과 같은 개념으로 설명을 한다. 즉 ‘사이버 폭포 효과’란 인터넷상에서 검증되지 않은 유언비어가 대중의 감성을 자극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서, 한번 발신된 정보는 신뢰성이 확인되기 전 폭포처럼 쏟아져 사회에 충격을 준다는 뜻이다.

‘분열 소통’은 몇몇 비슷한 사람끼리 자주 교류함으로써 그들끼리 만의 견해를 강화시키는 반면 여타 사람들과는 더 소원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리고 ‘탄환 소통’은 정보 발신자가 내보낸 메시지에 수신자가 총알을 맞듯이 영향을 받는 현상을 지칭한다.

그런데 인터넷에 연결된 IT 기기가 광범위하게 보급됨에 따라 정보를 수집하고 전달하는 과정이 혁명적으로 변화되어, 이제는 오히려 평범한 시민이 쏜 ‘총알’을 사회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맞고 비틀대는 상황이 올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근래에 우리 사회에서는 네티즌의 악플 때문에 유명인사들이 자살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정보혁명은 분명 인류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작년 중동을 휩쓸었던 쟈스민 혁명도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의 발달과 보급이 한 몫을 했다는 것이 밝혀졌고, 한국에서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와 민주통합당의 당내 경선에서 그 위력을 과시한 바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적절한 윤리와 합리적 관리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특히 정보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의 하나는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개개인들이 어떻게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가이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정보의 양은 실로 엄청난 것이어서, 지난 3년간 세계의 웹에서 유통된 정보의 양은 1.2 제타바이트(ZB)로, 이를 우리가 실감할 수 있는 단위로 환산해보면 한 사람이 매일 한 시간씩 TV를 본다고 가정할 때 약 1억2500만 년 간 시청할 수 있는 양이라 한다. 이렇게 범람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노련한 논객들은 입맛에 맞는 사실들을 골라내 그것으로 사람들을 분노케 하고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

금년은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이다.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소셜미디어의 정치적 활용이 그 어느 때 보다도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래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공적 사안에 대한 시민의 참여를 높인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정보의 신뢰성·집단 동조화나 사회적 분열·분극화 같은 문제에 대한 염려가 공존한다. 필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기술의 편향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특성에 유념하는 깨어있는 참여자가 되는 것이다.

〈전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