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학술대회 참석차 오키나와를 다녀왔다. 학술대회가 끝나고 오키나와현 의회의 다카미네 젠신(高嶺善伸)의장과 저녁을 같이 하게 되었다. 작년 7월 지인의 소개로 오키나와에서 처음, 올해 8월 목포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두 번째,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다. 많지 않은 만남이지만, 만날 때마다 오키나와의 현안문제를 열심히 설명하던 그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미군의 오키나와 기지문제, 일본의 영토분쟁, 동아시아의 평화와 연대 등, 나는 다카미네 의장과의 대화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운다.

이번 만남에서는 얼마 전에 벌어진 일본 방위성 오키나와방위국장의 ‘실언’ 소동이 단연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방위국장의 ‘실언’ 소동의 전말은 이러하다. 오키나와방위국에서는 매월 한번 오키나와에 있는 언론사를 대상으로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하는 비공식 간담회를 개최해왔다. 그런데 11월 28일 간담회 자리에서 문제가 벌어졌다. 방위국장이 후텐마(普天間)기지 이전 후보지의 환경영향 평가서 제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평가서 제출 시기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이유를 여성의 성폭행에 비유했다. 미리 알리고 성폭행을 하는 경우를 보았느냐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한다.

비록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하는 자리에서의 발언이었지만, 그 자리에 참석했던 류큐신포(琉球新報)의 기자가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하여 다음날 신문에 보도하여 소동이 벌어졌다. 연일 오키나와 주민들의 항의집회가 이어지고, 방위성 차관이 오키나와 현청을 서둘러 방문하여 사과하였으며, 문제의 발언을 했던 오키나와방위국장은 경질되기에 이르렀다.

후텐마 기지는 오키나와의 기노완(宜野灣)시에 위치한 미군비행장으로 우리에게도 비교적 익숙한 이름이다. 현재 오키나와의 나고(名護)시에 위치한 헤노코(邊野古)라는 곳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지인들의 반대로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2004년 8월에는 이곳 기지의 헬기가 인근 오키나와국제대학의 건물로 추락하여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무슨 인연인지 나는 마침 그때 오키나와에 있었으며, 그 대학으로 향하던 택시 안에서 헬기 추락 뉴스를 들었다.

다카미네 의장은 제주도 강정마을의 해군기지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를 오키나와 밖이나 일본 밖으로 이전하라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자, 미군 당국에서 강정마을의 해군기지를 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후보지의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 관해서는 이미 국내에서도 일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오키나와에서 돌아와 그 동안 밀린 이메일을 확인하니 오키나와의 지인으로부터 메일이 들어와 있다.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이전에 반대하는 집회가 이달 10일에 열린다는 소식이다. 발신자는 다카라 벤(高良勉)이라는 오키나와 시인이다. 그는 오키나와의 역사와 문화, 오키나와인들의 정서를 시로 표현하는 한편, 현장에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이기도 하다. 오래 전에 어느 학술대회에서 서로 명함을 주고받은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도 이따금씩 오키나와 소식을 메일로 전해준다. 오키나와에 대한 나의 관심이 멀어지지 않도록 일깨워주는 고마운 분이기도 하다.

오키나와현 의회 의장 다카미네 젠신과 오키나와 시인 다카라 벤, 왠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모습이 나에게는 겹쳐져서 다가온다. 오키나와의 운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들의 마음에 공명(共鳴)하며 광주에서 오키나와를 응원한다.

<김용의 전남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