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사회는 놀랄 만큼의 경제적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룬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부의 불균형과 복지예산의 희생이 들어있습니다. 정작 아프고 가난한 이는 많은 병원비를 내지 못해 생을 달리해야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입니다.

사회복지란 부의 불균형을 가질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의 맹점을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동노력입니다. 그 가운데 기부와 나눔활동은 기본적으로 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실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부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후원금만이 기부라고 생각되었지만 최근에는 재능기부 문화도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기부문화 속에서도 아름다운 기부가 있습니다. 바로 장기기증입니다.

의학의 발전에도 장기이식만이 마지막 치료수단인 환우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환우들을 위한 장기기증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타인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주는 가장 소중한 기부입니다. 생명으로 하는 기부는 아무나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장기기증은 크게 뇌사시 장기 및 조직기증과 사후 안구(각막)기증 및 조직기증, 시신기증, 그리고 생전조혈모세포기증, 생전 신장기증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 두 가지 기증사례를 소개합니다.

최근에 6명 환자에게 생명나눔운동을 실천하고 하늘나라로 떠나 주위에 감동을 안겨준 일이 있습니다. 기증자 주모(17)군은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사고 엿새 만에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가족들은 절망에 빠졌지만 아들의 마지막이 많은 분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증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주군의 심장, 간, 신장 2개, 각막 2개가 기증됐으며, 6명 환자를 살리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사례는 동신대에 재학중인 여학생의 조혈모세포(골수)기증입니다. 조혈모세포(골수)기증은 골수이식이 필요한 백혈병이나 각종 암 환자에게 직접 골수를 나누어주는 살아생전에 할 수 있는 생명나눔의 한 방법입니다.

이 학생은 난치성소아암백혈병어린이를 돕기 위한 방법으로 조혈모세포기증희망등록신청을 했습니다. 골수기증은 환자와 유전자형(HLA)이 일치하는 사람에 한해서 기증할 수 있는데, 타인과 유전자형(HLA)이 일치할 확률은 약 5만 분의 1 정도로 희박합니다. 이 학생은 기증 후 사람들이 골수기증은 아프고 후유증이 심하다는 편견을 버리고 조혈모세포 기증에 많이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만성질환의 고통 속에 하루하루 간절한 마음으로 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들을 위해 장기기증 활성화가 시급합니다.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의 증가와 의학기술의 발달로 장기이식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2011년 5월 말 현재 1만9000명을 넘었습니다.

그간 민간단체와 정부, 종교계, 의료계가 하나 된 마음으로 장기기증의 절실함을 알려 장기기증희망자가 97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늘어나는 환자에 비하여 실제 이식건수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만성질환의 고통 속에서 이식만을 기다리는 장기이식대기자들을 위해서는 이제 민간단체와 정부를 아우르는 홍보네트워크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장기기증 제도의 개선과 기증문화 확산을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홍보대책마련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기기증은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에게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아름다운 기부라고 생각합니다.

〈김인숙 (사)생명나눔실천 광주전남본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