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상처는 남아있지만 그래도 대못은 뽑힌 심정이다.”

일제시대 근로정신대 피해자 당사자인 양금덕 할머니께서 문제해결에 애써주시는 시민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하신 말씀이다.

일제강점기, 어린 소녀들을 중학교에 보내주겠다는 감언이설로 꼬드겨 끌고 가서 살인적인 노동을 시키고 임금 한 푼 주지 않은 전범기업 미쓰비시.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으로 본인들에겐 아무런 보상책임이 없다던 이들이 우리 시민들의 1인 시위와 10만 서명운동, 일본원정 투쟁 등에 손을 들고 협상테이블에 나와 앉은 지 1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 협상투쟁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10만 희망릴레이가 지난 2월부터 쉼없이 이어져 이제 그 목표의 절반을 눈앞에 두고 있다.

‘10만 희망 릴레이’는 미쓰비시 중공업으로 끌려간 징용자의 수인 10만명이 1000원씩의 협상기금을 모금하자는 운동이다. 최근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과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어 자칫 맥 빠질 수 있는 기나긴 협상과정에 활기가 되어주고 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정부도 외면하고 국민들도 그 존재를 모르던 사이에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은 수 없이 일본을 오가며 외로운 싸움을 해오셨다. 일본의 양심 있는 시민들로 구성된 나고야 지원회의 후원을 받으며 진행된 재판 투쟁도 2008년 끝내 패소하였다. 이제는 접어야하나 싶을 때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이 결성되어 협상까지 이어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오는 6월 23일은 지난해에 일본정부가 후생연금 탈퇴수당이라고 할머니들에게 내놓은 99엔(1300원)에 대한 재심사청구공개심리가 열리는 날이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국민연금 탈퇴수당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당시 가치로는 소 두 마리 정도 살 돈이었다고 하나 66년이 지난 지금, 그 돈을 액면 그대로 내놓는다는 것은 소도 웃을 일이 아닌가.

다시 한 번, 99엔이라는 일본의 양심이 어떻게 심사되는지를 지켜보기 위해 20명의 방문단이 일본으로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일제잔재 청산을 말하면 해 묶은 반일감정이나 진부한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과거역사를 바로잡는 일은 우리 사회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삶의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가를 가장 현실감 있게 보여주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전쟁이 야기하는 인권 말살, 자본의 착취와 계급의 문제, 가부장 이데올로기와 여성인권, 국가의 운명과 개인의 삶에 이르기까지 너무도 많은 이야기가 ‘근로정신대’에 담겨져 있지 않은가.

이제, 할머니들의 연세는 모두 80이 넘으셨고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그 자식들도 세상을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더 오래 끌어서는 안 될 일이다. 마땅히 정부가 할 일이나 못하는 일, 우리 국민들의 힘으로 한번 해결을 해보자. 백번 생각해도 이 문제는 과거가 아닌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 될 것이다.

/장연주 근로정신대문제해결을 위한 운동본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