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

어릴적 시골동네 허름한 이발소의 액자에 흔히 볼 수 있는 문구가 있었다. 이 말을 다시 한 번 음미해보면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것은 어쩌면 대부분의 NGO단체들의 목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YWCA의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건설이라는 목적문의 일부도 평화와 정의가 바로 서게 되면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의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정의의 주역 마이클 샌델 교수조차도 정의란 ‘이것이다’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다원주의 사회에서 정의는 어느 한 사람, 한 가치나 도덕의 기준에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도덕과 종교를 경청하고 존중하는 것이 정의이며 이것이 곧 좋은 삶 행복한 삶을 이루어갈 수 있는 기본적 소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1년 전 대동 세상을 꿈꾸며 독재에 맞서 싸우다가 장렬하게 산화했던 광주시민들의 목숨을 건 투쟁을 기념하는 5·18기념주간을 보내며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루어졌는가’를 생각해 볼 때 지금 이 땅의 현실은 5·18정신으로부터 멀어진 모습들을 보게 된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을 외치고 민주주의를 외칠 때는 공동의 목표가 하나로 모아져 목숨까지도 초개와 같이 여길 정도의 시대적 사명감이 있었지만 다원화시대를 살아가는 현시대는 공동의 선을 찾기가 결코 쉽지 않다. 학벌, 성별, 종교, 세대차이 등등에 따라 다양한 생각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지역 이기주의나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정부나 사회를 향해 부르짖는 주장들이 대중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도 많이 있다.

행복추구권은 인간의 기본권에 속한다. 우리의 주변을 돌아보자. 혹시 나로 인해 남의 행복을 뺏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너무 많이 누림으로 인해 다른 이가 힘들어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의 자랑으로 인해 상대적 빈곤감을 주거나 지나친 명품 일색으로 다른 사람의 기를 죽이고 있지는 않았는지 성찰해야 한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은 나눔과 섬김과 살림의 공동체운동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올바른 삶을 고민하고 다른 이의 좋은 삶에 관심을 기울이며 나와는 다른 남의 도덕과 가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다른 이의 삶을 존중하는 것이 나에게도 좋은 삶임을 깨닫고 다름에 대한 존중과 공동체의 가치가 곧 정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정의는 나에게서 다른 이에게로 마르지 않고 흘러 나에게로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함께 추구해야할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가정의 달에 생각해보는 가족의 가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일 것이다. 모든 인생의 행복의 근원은 가족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가족이 해체되고 존속살인이나 가정불화, 가정폭력, 청소년 가출 등은 거의 대부분이 결손가정이거나 복잡한 가족관계 속에서 나온다.

민주주의적인 생각과 삶의 방식은 가정에서부터 이루어지고 생활화되어야 한다. 부부나 자녀 사이에 민주적인 대화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들이 사회에 나와서 조직이나 집단의 구성원들에게 독선과 아집으로 큰 상처를 주거나 해를 끼치는 사람으로 남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모든 삶의 방식은 훈련이며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민주적인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가 이 사회를 민주적인 삶의 터로 가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신희 광주YWCA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