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성으로 살아가고 있다. 물품뿐 아니라 서비스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든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내고 지속구매가 가능한 우수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많을 돈을 투자해 각종 홍보활동을 한다. 요즘은 소비자의 감성을 일깨우는 이미지 홍보가 대세이다.

내가 그 아파트를 선택하는 순간 품격이 높아지고, 아이를 위하여 그 분유를 선택하게 되면 모성의 등급이 매겨 진다. 참으로 상식에 맞지 않는 우스운 이야기이다.

소비자들은 착각 속에 살기 쉽다. 본인의 선택이 그리 합리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 대상화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간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소비자는 주도권을 완전히 포기하게 될 것이다. 정확한 정보는 특수한 소수 자본 생산자의 전유물이 될 것이고 이런 불균형은 불평등의 심화를 낳을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협동조합’이라는 조직이 있다.

소비자 개개인들의 힘만으로는 바른 정보도 합리적인 선택도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생겨난 조직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생산과 유통의 정확한 정보를 알아내어 선택할 뿐 아니라, 원하는 물품과 서비스를 협동의 힘으로 직접 만들어 내는 조직이다.

소비자들은 당장의 싼값과 달콤한 입맛만을 위한 생산을 원하지 않는다. 환경을 보호하고 건강을 지켜내는 생산, 그리고 약한 자와 어린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은 생산을 바란다. 그러려면 생산자와 소비자는 협의와 협동이 필요하게 되고 이 협동 경제의 결과는 나눔이다.

이런 ‘소비자 협동조합운동’은 19세기 중반 자본주의의 부조리가 발생하기 시작한 영국의 북부지방에서 효시를 찾을 수 있다. 이후 유럽 여러 나라와 북미, 아시아 각지에서 시작되었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는 생활 속의 일들을 주제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다. 줄임말로 보통 ‘생협’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생협에서는 국내산 친환경 농산물과 가공품, 우리 밀 제품을 생산하여 유통·구매하는 활동을 한다. 한마디로 ‘계약생산-책임소비’로 표현된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서로가 합의한 물품의 취급기준을 바탕으로 신뢰를 구축한다.

그리고 홈페이지에 생산정보를 자세히 기록하여 정보를 공유한다. 즉 우리 농업을 지키고, 안전한 먹을거리로 소비자의 생활을 보장하며, 환경을 보호하는 ‘윤리적 소비’를 확대하는 것이 생협의 주요 목적이다. 이 윤리적 소비는 윤리적 생산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일구어내는 협동의 경제는 나눔의 경제활동이 되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세계경제위기의 대안을 모색하는 연구들이 활발해지면서 기존의 경제학 패러다임과는 다른 ‘사회적 경제’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고 있다. 바로 생협의 ‘나눔의 경제’, ‘협동의 경제’가 세계경제위기의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 잘 살아가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 바로 협동의 관계는 올바르고 합리적인 윤리적 소비를 확대할 때 가능하다.

/이희한 아이쿱빛고을생협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