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켰다. 지난 2일 한나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박람회 시내도로 확충사업에 필요한 예산 270억원을 지원하기로 최종 결정한 정부 입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석창교차로 개선과 여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박람회장 간 연결도로 확충은 박람회 기간중 교통난 해소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국도가 아닌 ‘시도’라는 이유로 중앙정부가 국비 지원을 완강히 반대해 사실상 모두 포기한 일이었다. 여기에다 전직 시장의 비리정국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아예 말도 꺼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충석 시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김 시장 특유의 뚝심이 발동한 것이다. 그는 취임 직후 아예 정장을 벗어 던지고 엑스포 홍보점퍼로 갈아입고 청와대와 세계박람회 사무국을 비롯해 중앙정부, 국회, 여야 등 국내외를 ‘혼이 빠지게’ 뛰어다녔다.

김 시장은 지난 1993년 대전엑스포 당시 시내도로 조성 등에 1549억원을 지원한 점과 참여정부 시절 한덕수 총리가 19조원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약속을 정부 설득의 무기로 삼았다. 지난달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장·군수·구청장 초청 국정설명회 자리에서도 순서에 없는 발언기회를 잡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 유일하게 점퍼를 입은 김 시장의 발언을 들은 이명박 대통령은 김황식 총리에게 “여수시장처럼 사명감을 갖고 일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번 정부의 국비지원은 단순한 경제적 가치 이상이다. 여수시민의 자긍심을 살려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침체된 여수시 민·관이 하나돼 성공적인 박람회를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박성태 동부취재본부 기자 miha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