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이슈화되는 수많은 사건 중에서 성폭력 사건은 가장 끔찍하다. 특히 성폭력에 대한 인식과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지적장애여성 성폭력 사건들은 법정에서 끝났다고 해서 그 사례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잔인한 범죄다.

지적장애여성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조사는 일회성 상담으로 끝나지 않는다.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담소에서 전화상담 후 방문상담과 의료지원을 시행하고, 경찰의 초동 수사를 거친다. 검찰의 수사로 이어진 다음 법정사건으로 진행되고, 최종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재판과정은 계속된다. 그렇게 한 건의 성폭력 사건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종결되는데, 법정에서 사건이 해결됐다고 해서 끝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미 가족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소외되어온 피해자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가해자의 대부분이 아는 사람이거나 이웃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6∼2009년까지 전체 성폭력범죄사건 6만8986건의 2.54%인 1750건이 친족 성폭력으로 신고됐다. 가장 신뢰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심각한 후유증과 어려움을 겪지만, 보호받을 공간이 없다.

여성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특수성을 고려한 보호시설의 필요에 따라 지난 2005년 8월 광주에서 개소한 ‘샛터’의 정원은 10명. 더구나 보호시설의 입소기간은 시행규칙에 의거해 6월 이내(친족, 청소년 1년6개월의 범위 내에서 연장가능)다. 여전히 보강되고,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

첫째, 여성장애인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장애인 보호시설 증설이 필요하다.

여성장애인 피해자들이 심리적 지원, 의료지원, 법률지원 등을 충분히 받으면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인 장애 보호시설이 필요하다. 특히 지적장애 여성들은 반복적인 일상생활훈련이 필요하므로 개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시설이 절실하다.

둘째, 장애유형별로 특화된 장애인 보호시설, 도우미가 필요하다.

각자 장애유형이 다른데다, 10대에서 60대까지 한 시설에서 보호되고 있어 자립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시각1급 여성장애인이 입소할 경우 공동생활이기 때문에 상담원 선생님이 계속 따라다닐 수 없어 문제가 생긴다. 활동도우미 신청이 쉽다면 이 같은 문제는 해결되지만, 현재 보호시설에 입소할 경우 활동도우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셋째, 2차 성폭력 피해를 줄이기 위해 그룹 홈 개설이 필요하다.

지적장애인들의 경우, 선천적으로 부모가 지적장애인이거나 조부모에게 보호받는 사례가 많다. 그러다 보니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거리를 배회하다 성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룹 홈 안에서 보호받고 반복적인 일상생활훈련 교육과 함께 직업훈련으로 이어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성폭력 피해율도 감소하게 될 것이다.

위기 상황에 쉼터를 찾는 성폭력피해여성장애인들에게 적절한 지원과 보호를 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이다. 우리 모두 관심과 배려를 갖고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설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겠다.

/김금례 광주여성장애인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샛터’ 시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