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광주시는 ‘광주광역시정에 대한 시민참여 조례’ 안을 입법예고 했다. 조례 제정이유로 시정에 대한 시민참여 욕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시민의 의사가 시정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이를 통해 시정성과를 극대화하고 각종 시책 추진과정 등의 공개로 시정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본 조례가 시정의 실질적인 시민참여를 확대하고 행정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점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의무적 정보공개의 확대이다. 정보공개는 시민참여의 기본 전제다. 이번 조례안 제6조는 회의자료 등을 공개하여야 한다면서도 단서조항에 의해 특정사안에 대한 정보공개가 이뤄지지 않을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는 안이다. 형식적인 정보공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회의록 및 회의 자료 등을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도록 조례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 위원회의 위원위촉 및 운영에 대한 규정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위원회는 지역의 중요한 정책과 사안을 심의하는 기구로 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따라 각종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광주시의 위원회 운영은 형식적인 운영으로 집행부의 들러리 역할에 시민참여의 통로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번 조례제정을 통해서 위원 위촉 과정에 시민참여 확대를 위한 기준과 위원회운영의 정례화를 의무화하는 등 규정이 구체화돼야 한다.

셋째, 정책토론 등 청구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정책토론 청구는 광주시의 주요정책에 대해 일정한 요건을 갖춰 토론회를 요청하며, 공개 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이 반영할 수 있는 지방자치제도의 핵심제도이다. 조례안 제8조에 따르면 광주시에 토론·공청회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3300명의 연서(선거권자 1000분의 3 이상의 연서로 청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주민참여조례를 먼저 시행하고 있는 대전시는 300명 이상의 연서로 토론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본 제도가 실효성 있는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타·시도에 비해 10배가 넘는 청구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넷째, 예산편성과정에 실질적 주민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예산편성에 주민이 참여한다는 것은 재정운영의 투명성, 공정성 및 효율성을 높여 재정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조례안 제11조는 위원장을 포함하여 15인 이상 20인 이하의 위원을 구성하여 예산편성 방향, 예산운영 효율화, 기타 예산운용에 관하여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항 등에 관한 자문을 얻기 위한 역할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대전시는 위원장을 포함하여 50인 이상 70인 이하의 ‘예산참여시민위원회’를 구성하며, 위원구성에서도 의회, 자치구, 비영리 민간단체 추천한 자 등 시민참여를 보장하고 있고, 예산편성과정에 심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어 광주시의 조례안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예산참여위원회의 위원수를 늘려 실질적인 시민참여가 확대되어야 하고, 위원회의 위상도 자문기구가 아닌 실질적 권한을 갖는 심의기구로서의 위상을 지녀야 할 것이다.

올해로 지방자치 20년이다.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이번 광주시의 시민참여조례 제정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조례 제정이 집행부의 전시행정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시민참여가 보장되도록 내용이 채워져야 한다. 일각에서는 시민의 참여가 행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하지만 이는 과거시대의 유물이다. 오히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과거의 일방행정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폐해를 줄여나갈 것으로 믿는다.

/정재원 참여자치21 지방자치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