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소년들을 만나면 새삼스레 놀라곤 한다. 특히, 학교폭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학생·가해학생들을 만나면 ‘왜 꼭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라는 안타까움과 ‘누가 우리 청소년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바로 잡아야 한다는 책임감과 기대감으로 매일 한 걸음씩 나아간다.

왜 학교폭력이 일어날까?

최근 또래 친구를 때려 코뼈가 부러지게 한 중학생을 만났다. 그 학생에게 “폭력은 안 된다”고 말했더니 “내 흉을 보고 다녀서 때린 것뿐인데 왜 나에게만 벌을 주느냐”라며, “학교 선생님이나 부모님도 저희가 잘못하면 때리는데, 왜 우리는 나쁜 짓을 한 친구를 때릴 수 없느냐?”고 반문했다.

그렇다. 우리는 자녀를 키우면서 나쁜 짓을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며 잘못된 행동을 하면 체벌을 하곤 한다. 하지만, 그 학생의 말을 듣는 순간 ‘우리가 잘못 가르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다시 한번 나의 모습을 돌이켜보며 어떻게 청소년들을 지도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누구나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 있고 당할 수도 있다. 우리 청소년들도 교통사고처럼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부모의 인식과 태도가 문제다.

2008년부터 학교폭력 사건을 상담하고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면서 안타까운 사건들을 많이 접했다. 어떤 학생은 일 년 동안 친구들로부터 폭행 및 금품갈취를 당한 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피해의 악몽에서 깨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학생의 어머니는 그동안 모르고 지냈다는 사실에 화가 나면서도 자녀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힘들어 했다. 피해학생 어머니는 “어떻게 우리 아이가 그런 일을 당할 수 있죠?”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이 아닐까 걱정과 근심만 가득하다. 이에 반해 가해학생 어머니는 “설마 우리 아이가 그런 일을 했겠어요? 장난으로 그랬겠죠.”라고 쉽게 이야기한다.

청소년들은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내 자녀가 피해를 입었다면 바로 학교에 알리고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해 학생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상담 및 치료를 해야 한다.

또한, 내 자녀가 가해학생이 되었다면 피해학생 측에 사과를 하고 빠른 시일 내에 사건을 해결해서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른들은 자녀들의 모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어떠한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늘 인식하고 자녀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친구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더라도 “친구가 무서워서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어른들이, 부모들이 나서야 한다.

/김재희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광주지부 상담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