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남도청 별관문제가 또다시 지역의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얼마 전 추진단이 발표한 ‘부분보존안’에 대해 ‘원형보존을 바랐던 다수 시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사실상의 철거안’이라며 보존대책위와 오월단체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추진단은 본관과 연결부위 6m와 별관 24m를 포함한 본관으로부터 30m를 철거하는 안을 최종 발표했으나,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또 다른 갈등 재연에 대한 걱정과 문화전당 사업 자체의 표류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에 따라 강운태 시장과 시의회도 각계의 의견수렴을 위한 행보를 다그치고 있으며 시도민 대책위 또한 ‘오월의 문’이 최선의 안이라는 입장을 재차 확인하면서도 각계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해결의 방안을 찾겠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도청별관의 존폐논란이 지역사회 구성원끼리의 상충된 이해관계로부터 비롯된 문제가 아니기에 약간의 의견차이가 있다 할지라도 지역사회 소통과 협의를 통해 얼마든지 최선의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 지역사회의 힘과 지혜를 어떻게 모아 나가냐에 따라 향방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추진단도 충분한 지역 의견을 수렴해 소통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2005년 문화전당 설계안을 공모할 당시 사적지로 지정되어 있던 도청 일대 건물들에 대한 면밀한 사전조사 없이 추진함으로써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을 뿐 아니라 2008년 사적지 보존논란이 본격화되었던 시점에서는 오월 광주의 상징에 대한 적극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했다. 그동안 대책위 및 오월단체측과는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인 안을 발표함으로써 내용과 절차에 대한 반발을 초래한 점이 문제시된다.

보존에 대한 철학과 의지만 있다면 지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보존방안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안전 때문에 보존이 불가하다면 전체를 철거하고 안전하게 옛 모습을 새로 복원하는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원형보존이라는 사적지 보존의 당위성과 시민적 요구에 기초하면서도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 최선의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광주시장과 시의회 또한 문화전당의 조속한 완공에 집착한 나머지 성급한 미봉책을 내서는 안 될 것이다.

급할수록 에돌아 가고, 돌다리도 두들기며 가라는 옛말이 있듯이 아무리 복잡하고 바쁘더라도 충분한 소통과 협의를 통해 세계인들과 100년 뒤 후손들에게도 비난받지 않을 역사적 판단과 신중함이 모두에게 요구된다 하겠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문화, 그 중에 세계적으로도 찬사를 받고 있는 5·18민중항쟁과 관련된 유무형의 자산들을 모두의 소통으로 지켜내길 바란다.

〈류봉식 광주전남진보연대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