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옆 친구들을 봐라. 친구로 보이냐? 아니다. 친구가 아니라 경쟁자다.”

이는 영화 ‘고사(死)’ 속 선생님의 대사다. 내 옆에 같이 공부하는 친구가 더 이상 친구가 아닌 나와 경쟁을 해야 하는 라이벌이다.

어떤 개그맨의 개그처럼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다. 친구도 없는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진정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연일 터지는 아동 성폭력사건이 주변을 점점 흉흉하게 만든다. 많은 이는 묻는다.

여성단체나 성폭력상담소에서 反 성폭력운동을 하고 있는데 왜 줄어들지 않느냐고. 답답하다.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전자발찌나 화학적 거세 등의 이벤트(?)성 방안들을 제시하지만 기본적으로 나 하나의 욕구만 생각하고 상대방의 고통과 아픔은 가볍게 여기는 사회가 지속되는 한 성폭력 역시 꾸준할 수밖에 없다.

성폭력은 인권의 문제이다. 40대 아저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던 15세 여학생은 성폭력 이후 다른 아저씨를 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고, 옷에 소변을 보는 등의 행동을 했다.

이처럼 성폭력은 한 인간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며, 개인의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이다. 결코, 성폭력은 조금 난폭한 성관계가 아니다. 절대 성관계일 수 없는 것이다. 서로 합의가 되지 않은 일방적인 성행위가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상대방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성폭력예방교육을 통해 피해자가 되지 않는 방법을 교육한다. 하지만, ‘위험하니 밤늦게 다니지 마라’는 교육이 아닌, 성폭력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를 교육하는 것이 맞다. 성폭력 가해자들은 자신이 행한 행위로 피해자가 어떤 후유증으로 평생을 힘들어하는지 알아야 한다. 딸이나 배우자, 어머니가 그런 피해를 겪는다고 생각하며 가해자들은 교육과 반성의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성적욕구가 있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자신의 욕구를 알고 건강한 성을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상대방도 인격을 가진 존재이고 최소한의 인격을 지켜주는 것은 기본이다. 성기중심으로 성을 접근해서는 안 되며,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세우는 성교육이 꾸준히 필요하다.

청소년들은 비뚤어진 성문화를 무분별하게 답습하고 있으며, 이 같은 상황이 많은 청소년 가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성희롱적인 발언들이 자연스럽게 의원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보더라도 성폭력을 조장하는 환경들이 우리의 주변 곳곳에 널려 있는 것이다.

이벤트성 처벌로 성폭력이 없어지기를 조급하게 기대하는 것보다는 성폭력을 근절해야겠다는 의지로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 사회의 성 의식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근본적이다. 아이를 혼자 두지 말라고 하는 문구보다 성폭력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의식의 전환을 광고해야 한다.

아이가 혼자서 놀고 있더라도 아무 일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성폭력의 위험 없이 달빛 아래에서 맘 편히 걸으며 돌아다니고 싶다.

/허정순 광주여성민우회 가족과성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