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고향마을 뒷동산에 얽힌 추억을 몇 개씩은 갖고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어릴 적 일들을 생각하면 뒷동산에 올라 칡뿌리를 캐거나 도토리나 알밤을 줍고 다람쥐를 쫓던 동무들 얼굴이 그리워지고, 애틋한 마음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광주 사람들에게는 무등산이 바로 뒷동산이다. 높고 험한 멀리 있는 산이 아니라 금방 오르내릴 수 있는 뒷동산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산기슭 계곡이 놀이터였고 단골 소풍 장소였다. 머리가 굵어지면서는 호연지기를 기른다고 땀 흘리며 오르던 산이다. 공부하다가 아픈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일이 꼬여 답답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다툼으로 분한 마음을 삭히기 위해서도, 누구나 언제라도 그냥 쉽게 오르내리는 산이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 지고 모든 것을 넉넉하게 베풀어 주는 어머니 품 같은 그런 산이다.

너무 가깝고 다정하여 만만하고 쉽게 여긴 것일까? 하루에도 수만 명이 몰려가 함부로 짓밟고, 마구 버리니 산이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산은 고기기름 타는 연기와 음식물 썩는 냄새와 쓰레기로 넘쳐났다.

20년 전인 1989년 5월, 무등산의 신음과 비명 소리에 애태우며 가슴 졸이던 사람들이 모였다. 이름하여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처음에는 쓰레기 줍기부터 시작해서 취사행위 반대 운동을 벌였다.

“네가 뭔데 간섭하느냐? 얼마나 가는지 두고 보자.”는 눈총과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활동을 계속했다. 시간이 흐르자 한 사람, 두 사람 박수를 치면서 함께하는 분들이 늘어났다.

순수하고 자발적 시민운동이 성과를 내는 것을 본 정부에서도 인정하고 지원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도 함께하고, 시민과 학생, 군인도 참여하고 헬기까지 동원돼 바위틈에 쑤셔 박은 쓰레기를 치웠다. 뿌리를 드러내고 신음하는 나무에 흙을 날라 복토하는 대규모 ‘무등산사랑 범시민대회’ 행사도 치르면서 ‘유별난’ 산사랑 운동으로 발전해 갔다.

내친걸음으로 산자락을 자르고 파헤치는 막개발도 반대하고, 우후죽순처럼 마구 난립한 상가와 원주민촌을 정비하고, 수십 년간 주둔하던 군부대도 철수하고 자연 원상태로 복원하는 기적을 이루었다.

사유지가 너무 많아 개발 유혹에 쉽게 빠지는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마음으로 ‘광주 시민 모두가 무등산 땅 한 평 갖기 운동-무등산공유화 운동’을 시작했다. 한 사람, 두 사람이 천원, 이천 원, 만원씩 기금을 내고, 한 사람, 두 사람이 땅을 기증했다. 이것을 관리하기 위해 재단법인 ‘무등산공유화재단’을 만들었다. 기증도 받고 조금씩 사 모은 땅이 61만5천924㎡, 모은 기금이 1억 1천여만 원이다. 무등산공유화 운동·무등산보호 운동은 계속 진화, 발전하고 있다. 무등산사랑 환경대학과 청소년환경학교를 통해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이제는 그야말로 광주시민 모두의 운동이다.

숱한 눈총과 손가락질,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20년을 한 결 같이 해온 무등산사랑 운동, 이제 겨우 20년이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를 ‘무등산 공유화’로 현실화하는 유별난 산사랑 운동은 계속된다.

/장휘국 광주환경교원협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