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광주시 광산구 금호타이어 공장은 평온해 보였다. 구호가 난무하는 노조의 현수막 외에는 전면파업과 직장폐쇄로 맞섰던 전장이었다는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파업 중 잦아들었던 생산라인의 기계음도 다시 요란해졌다.

하지만 공장 내부의 공기는 사뭇 달랐다. 11∼12일 예정된 노조의 임금협상 찬반투표를 앞둔 때문인지 언제 평온이 깨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깔려있는 듯 했다. 잠정합의안을 두고 “너무 심하게 퍼줬다”, “노조원 생존권을 담보로 쇼를 했다”는 등 노조 집행부에 손가락질하는 기류가 만만치 않았다. 사측도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듯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지역 사회는 이런 분위기의 금호타이어를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12일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금호타이어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몰라서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재정비하고 성장 엔진에 시동을 걸지, 또다른 파국으로 치닫게 될 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시한폭탄’의 시계가 이미 작동됐다는 것이다.

우선, 잠정 협상안이 확정될 경우 이번 노사분규는 자율 타결로 노사 양측 모두 실리를 챙기는 발전된 노사교섭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하지만, 부결되면 사태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될 위험을 안고 있다. 이제 막 다시 선출된 노조 집행부는 관례상 퇴진이 불가피하게 된다. 협상 장기화에 따른 생산 차질, 기업 신뢰도 추락 및 무더기 정리해고도 불보듯 뻔하다.

이때문인지 사측은 사측대로 조합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는 등 ‘분위기’를 잡고 있다. 노조 집행부도 설명회를 열고 유인물 등을 돌리며 ‘정리해고를 막기 위한 절박한 결단이었다’는 해명을 하고 있다.

공은 조합원들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금호타이어의 위기는 지역 사회가 다 아는 사항이다. 영업 적자 뿐만 아니라 국내 공장의 생산성도 뒤처진다. 오죽했으면 ‘산술적으로는 답이 안나온다’는 말이 나올까.

더 큰 문제는 중국 타이어 업계의 거센 도전이다. 한 때 업계 순위에도 들지 못했던 중국 타이어 회사는 지난해 금호타이어(10위) 턱밑까지 쫒아왔다.

무한경쟁시대, 조금만 잘못된 결정으로도 곧장 탈락하는 시대다. ‘다 같이 망하자’ 식으로 나오면 직접적 피해는 노조원들에게 돌아간다. 파업으로 생산라인이 멈추고, 판매망과 소비자 신뢰가 무너져 내릴수록 피해는 더 커진다. 주주, 280여 협력업체, 지역 상인들도 피해를 입게 된다. 줄잡아 수십만명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에 나서야 할지, 곳간 사정과 무관하게 ‘더 내놓으라’는 요구만 하다 몰락했던 GM 노조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 선택은 노조에 달렸다.

/김지을 경제부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