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광주기독병원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한 시민들은 폭등한 백신접종비용에 대한 불만 보다는 ‘예방접종을 해서 다행’이라는 표정이었다. 신종플루 여파로 늘어난 계절 독감백신 수요를 공급이 따르지 못해 독감 백신은 접종비가 지난해에 비해 50∼80%까지 올랐다.

광주·전남지역 병·의원에 독감백신을 판매하는 광주 모 의료업체 관계자는 “공급이 줄었다기보다는 신종플루 여파로 불안을 느낀 시민들의 수요가 크게 늘어 백신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광주 모 병원 관계자도 “해마다 독감이나 유행성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몇 명인데 이렇게 부산을 떠는지 모르겠다”며 “계절 독감백신과 신종플루가 직접 관련도 없는데 서로 맞으려고 줄을 서고 있다”고 밝혔다.

비단 계절 독감백신뿐만이 아니다. 순간체온계나 마스크 등 신종플루와 관련된 물품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신종플루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실생활에 급속히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이용하려는 얄팍한 상혼도 고개를 드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기자의 휴대전화에 광주 모 백화점에 입점한 건강식품 업체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

“신종플루 전염을 막는데는 면역력 강화에 도움되는 ○○제품이 좋다”는 식의 내용이었다. 이쯤 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이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식약청은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신종인플루엔자’에 대한 국민 불안심리에 편승해 ‘신종인플루엔자’의 예방이나 치료에 효능·효과가 있다는 식품의 허위·과대 광고를 무기한 집중 단속할 것”이라며 “현재까지 특정 식품이 신종인플루엔자의 예방이나 치료에 효능·효과가 있다고 밝혀진 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신종 플루에 걸린다고 무조건 사망하는 게 아니다”면서 “정부가 신종플루에 적극 대응하는 것은 신종플루가 당장 사망률이 높은 치명적인 질환이라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유행할 경우 바이러스에 변화가 일어나 위험성이 높은 바이러스로 변해 사망률이 더 높아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건강식품이나 공인되지 않은 신종플루 예방법을 찾기보다는 손을 자주 씻고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거점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는 등 기본적인 보건위생 수칙에 충실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신종플루가 주는 막연한 공포는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그렇다고 신종플루가 위험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관(官)은 물론 시민들도 좀 더 의연하게 신종플루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김형호 사회부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