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미디어법의 국회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나타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그가 평소 강조해온 ‘원칙’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9일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직권상정 후 자신이 표결에 참여할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한데 대해 “참석하게 된다면 반대표를 행사하기 위해 참석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 시도에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에도 박 전 대표는 “가능한 한 여야가 합의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저의 생각”이라며 여론독과점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2일 정작 미디어법이 강행 처리될 때는 “이 정도면 국민이 공감해주리라 생각한다”며 “합리적인 안을 만들기 위해 당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애초 자신 발언을 뒤집고 한나라당 최종 수정안이 나온지 24시간도 안돼 강행처리를 용인한 것이다. 더욱이 한나라당 최종안의 여론독과점 문제 해결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이에 ‘박사모’ 회원 중 상당수가 실망감을 나타냈다. 미디이법 통과 직후 박 전 대표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비판글이 90%를 넘어섰다.

노용진씨는 “때리는 시엄니보다 말리는 시누가 더 밉다”고 했고, 한민숙씨는 “이런 게 원칙을 지키는 짓인가요? 이게 진정 국민을 위하는 짓인가요? 부끄럽습니다”고 했고, 김대연씨는 “이번 일로 가장 크게 실망했다”며 “차라리 처음부터 찬성했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실망감을 표출했다.

때문에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23일 긴급호소문에서 “어제와 오늘, 여러분의 혼란스러운 심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게시판을 보면서 저 역시 무거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며 당혹감을 표시했다.

야당의 공격도 거셌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23일 “원래 박근혜 의원은 아주 참 기회주의적 처신에 능한 분인데 이번에도 말 바꾸기를 통해서 현란한 기회주의 처신을 해가지고 그것이 아주 돋보인다”고 꼬집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박 의원은 기회주의적 처신에 대해 국민 앞에 해명하는 것이 도리”라고 가세했다.

이같은 비판으로 이번 미디어법 통과의 최대 피해자는 ‘박근혜’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미디어법은 ‘박근혜법’으로도 불린다. 박 전 대표가 제안한 내용이 거의 반영됐기 때문이다. 결국, 박 전 대표는 애초 자신이 생각한 법안이 아니어서 잠시 ‘몽니’를 부린 꼴이 됐다. 여야 합의 처리를 주장해 놓고도 자신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자 강행처리를 용인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보인 박 전 대표의 갈짓자 행보가 국민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차기 대선주자답지 않은 ‘무책임’ 정치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박지경 서울취재팀 차장 jk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