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예회관(관장 박명기)은 한 달에 한번 아주 특별한 음악회를 연다. 마지막 주 화요일에 열리는 모닝콘서트이다. 굳이 ‘특별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공연시간이 오전 11시이기 때문이다.

대구문예회관이 모닝콘서트를 추켜 든 것은 저녁 시간을 내기 어려운 주부나 자영업자들에게 클래식 감상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그 때문일까. 지난해 5월 첫선을 보인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매회 100∼200명의 ‘단골’이 생겨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모닝콘서트가 대박을 낸 데에는 진행자인 박명기 관장의 몫이 크다. ‘박 관장의 음악이야기’라는 타이틀이 붙은 콘서트는 그의 맛깔스런 진행으로 약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진다. 오페라면 오페라, 교향곡이면 교향곡 등 음악에 관한 한 ‘막힘이 없는’ 해박한 설명은 클래식에 대한 관객들의 울렁증을 어루만져준다. 이제 ‘박 관장의 음악이야기’는 대구시의 문화브랜드로 떠올랐다. 기업과 관공서 등에서 박 관장을 초청하는 러브콜이 줄을 잇는 등 대구의 문화지형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구문예회관이 시민들과 소통하기까지에는 대구시의 과감한 발상전환이 계기가 됐다. ‘공연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한 대구시는 대구문예회관의 개혁카드로 외부인사 영입을 꺼냈다. 정년 퇴임을 앞둔 공무원들이 돌아가면서 맡는 ‘자리’로는 더 이상 문예회관의 발전이 없다며 외부전문가를 영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6년 임용된 박 관장(당시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겸임교수)은 모닝콘서트, 찾아가는 음악회 등을 내놓으며 지역 문화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부산 역시 개혁의 물결이 거세기는 마찬가지. 시립예술단의 변화가 없는 한 ‘문화 부산’의 미래는 없다고 판단한 부산시는 시립예술단원의 평가제도에 메스를 들이댔다. 종전 3년마다 관행적으로 시행했던 오디션 대신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의 상시 평가제를 도입해 느슨한 예술단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로 인해 3∼4명의 단원들이 퇴출되기도 했다.

올 초 광주도 세계적인 지휘자 구자범을 광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영입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지난 5월 정기 연주회에 이어 열린 광주교도소 공연 등은 지역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시민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간다’는 그의 소신은 광주시향의 문턱을 낮추는 이른바 ‘구자범 효과’를 낳았다.

하지만 구자범이란 1인의 고군분투만으로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시립예술단을 변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광주문예회관 관장은 여전히 퇴임을 앞둔 공무원들이 스쳐 지나가는 자리고, 시립예술단원들에 대한 처우와 평가 등은 시대의 흐름에 비켜서 있다.

따라서 ‘구자범 효과’가 지역 문화의 구태를 깨는 동력으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선 광주문예회관과 시립예술단 운영 등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구자범 바람’이 일시적인 미풍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려면 말이다.

<문화생활부장·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