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출신의 미국 팝아티스트 클래스 올덴버그(80)는 조각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빨래집게, 타자지우개, 셔틀콕, 숟가락 등 잡동사니들도 그의 손을 거치면 근사한 예술작품으로 변신해서다.

필라델피아 시청앞의 빨래집게, 도쿄 국제무역전시장 앞 대형 톱, 미네아 폴리스 도심의 체리와 스푼다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일상의 오브제들을 확대해 만든 이들 공공조형물은 삭막한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랜드마크로 사랑받고 있다. 이름하여 ‘올덴버그 효과’. 세계의 유명미술관들과 대도시들이 수십억원의 작품값을 지불하며 그의 작품을 품에 안는 이유다.

그런 올덴버그가 서울에서 예기치 못한 굴욕을 당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서울 청계광장 입구에 세워진 작품 ‘스프링’이 최근 ‘서울 시민이 버리고 싶은 공공조형물 1위’에 뽑힌 것이다. 청계천 준공을 기념해 34억원을 주고 들여와 작품을 설치하자 마자 “골뱅이 탑 모양이 청계천과 무슨 연관이 있느냐” “주변과 어울리지 않고 겉돈다”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청계천의 마스코트로 기대를 모았던 스프링이 천덕꾸러기가 된 이유는 주변과의 조화성, 시민들과의 교감 등을 고려하지 않은 안일한 발상 때문이다. 필라델피아시는 시청사 앞에 빨래집게라는 소박한 오브제를 설치해 권위적인 관광서의 이미지를 깨는 유쾌한 반란을 시도한 데 반해 서울시는 청계천과 연결고리가 하나 없는, 그저 올덴버그의 이름 하나만 보고 스프링을 세운 것이다.

비단 청계천만이 아니다. 광주에도 스프링과 같은 신세인 조형물이 여럿 있다. 광주시청사의 ‘광주의 빛(Ray of Gwangju)’과 충장로 5가, 예술의 거리에 늘어선 루미나리에가 그것이다.

‘광주의 빛’은 지난 2004년 광주시가 상무 시청사로 이전하면서 2억5천만원을 들여 시청사 행정동 2·3층 벽면에 설치한 기념조형물. 하지만 광섬유를 소재로 무등산의 기상을 상징하는 작품 취지를 살리지 못해 시민들의 눈길 대신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다. 지난 2006년 동구청이 예술의 거리 활성화 차원에서 4억3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설치한 루미나리에 역시 꼴불견 리스트에 올라 있다. 예술의 거리를 되살릴 컨텐츠는 물론 주변과의 조화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화려한 인공조명을 선택해 시민들로부터 거리의 품격을 해치는 흉물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동구청이 충장로 5가 루미나리에를 철거한 데 이어 예술의 거리 루미나리에도 오는 2012년 아시아 문화전당 준공이전에 철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수억원의 예산을 들인 조형물이 3년만에 고철신세가 된 것이다. 근시안적인 행정의 대가로 막대한 수업료를 지불한 셈이다. 그렇다고 전혀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프링, 광주의 빛, 루미나리에 추락을 통해 우리는 시민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공공조형물은 애물단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기 때문이다. 이번 루미나리에 철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교훈이다.

/문화생활부장·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