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문을 열면 아이들은 엄마 손잡고, 친구랑 같이, 언니 오빠와 함께 와서 책을 읽는다. 도서관 개관 때부터 왔던 아기 태연이는 이제 혼자서도 잘 걷는다. 책 읽어주는 엄마 품에서 놀다가 여기저기 언니들 사이를 구경하고 다닌다. 그러다 또 어느새 새근새근 잠을 자고. 태연이가 잘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도서관 식구들의 큰 기쁨이다.

4학년 지현이와 수연이는 정답게 머리를 맞대고 새로 산 독서기록장에 열심히 뭔가를 쓰고 있다. “그거 숙제니?” 하고 물으니 “아니요 도서관에서 읽은 책 정리해보려구요.” 대답한다. 스스로 좋아서 독서기록장을 쓰는 훌륭한 독자들이다. 2층 다락에서는 배깔고 엎드린 하늘이 남매가 발을 까딱거리며 책을 읽고, 어제 어디까지 읽었는지 엄마한테도 알려준다. 여기저기 책을 읽어주는 낭랑한 목소리로 가득 찬 도서관, 참으로 흐뭇한 풍경이다.

아이들이 책을 싫어한다고 걱정하는 어른들이라면 한 번쯤 마음먹고 도서관에 와 보면 좋겠다. 책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책을 읽을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된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아서 책 속 세상으로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오후 4시, 책읽어주기 시간이 되면 잠깐 사이에 도서관이 꽉 찬다. 민혁이는 간식으로 싸온 삶은 달걀을 하나씩 나눠준다. 꼼꼼하게 소금까지 종이에 덜어준다. 형제가 없는 민혁이는 자꾸만 뭔가를 나눠주면서 형 동생이랑 잘 어울린다. 그러고 보면 도서관은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자연스럽게 가르쳐주는 곳이기도 하다.

윤형이가 ‘나무’라는 그림책을 가져와서 “선생님, 이거 진짜 사람이예요”하고 알은 체를 한다. 책박사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책을 훤히 꿰고 있는 윤형이가 글자를 읽을 줄 모른다고 하면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그만큼 읽어줄 때 집중하는 능력이 놀라울 정도다. 책을 읽어주는 일은 이렇듯 아이들의 다양한 능력을 발견하게 해주고 우리를 친밀하게 엮어준다.

좋은 책,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 친절하게 맞아주는 어른들이 있는 도서관에서 아이들은 세상살이의 따뜻함과 배려를 배울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아이들에게 꼭 물려주고 싶은 배움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아이들 뒹굴다 간 자리를 청소하고, 어질러진 책을 제자리에 꽂고, 단정하게 정리된 도서관 문을 닫으면서 뒤돌아본다. 마음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