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크게 보면 태어날 때부터 갖게 되는 선천적인 것과 살다가 재해 등으로 사고를 당해 갖게 되는 후천적 장애가 있다. 선천적인 경우는 예방이나 대처에 한계가 있지만 후천적인 중도 장애는 극심한 심리변화를 겪어야 한다.

살다가 한 사람이 장애를 입었을 경우 사회적인 젠더로서의 성역할에서 자연스럽게 분리가 되는 경우를 보는데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인권의식도 당사자들은 차이를 느낀다.

인간의 근본을 성에서 찾아볼 때 성(性)을 일차원적인 신체적인 성보다 사회적인 성(gender)에 더 의미를 두는 현대 사회이고 보면 그만큼 주어진 것보다 사회 속에서 형성되고 만들어져 가는 것에 그 속성이 있다고 하겠다.

그러면 장애를 가진 사람의 사회적인 성은 어떤 경로로 형성될 수 있을까. 사회적 성을 사회·문화적으로 형성된 여성과 남성의 역할과 관계, 여성과 남성에게 적절하다고 간주하는 일련의 특질이라면 소수의 장애인 아니고는 이런 젠더 의식을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적절한 방법으로 고루 학습 받고 있지 못하다.

그런 이유로 미숙하게 형성된 사회성 때문에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거나 피해를 보게 되는데 장애인이 어떤 피해를 당하고 이를 항변하느라 법적 조치를 취할 경우를 보면, 제도와 법이라는 것이 얼마나 비 장애 중심인지 알 수가 있다.

피해상황을 ‘당사자가 얼마나 거부했는가’와 ‘피해 후 어떤 행동을 했는가’ 그리고 얼만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했는가’를 보는데 장애인에게 아주 불리한 잣대이다. 영문도 모른 채 지속적인 피해를 당한 지적장애인에게는 피해를 보았음에도 ‘같은 행동을 했다’라는 이유로 범죄가 인정되지 않기도 한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은 이 사회에서 보편타당한 의식과 사고로 그 기준을 삼는다고 한다. 필자가 때때로 들여다 본 법정은 장애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어려웠을 거라는 인정보다 장애는 고려되지 않은 채 처리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어떤 법조인은 장애인을 무성(無性)의 인간으로 취급하여 인권단체로부터 많은 성토를 받기도 했다.

얼마 전 광주지역에서 지적장애인을 위한 조례가 한 협의체를 통하여 주창되고 많은 검토 끝에 시의회를 통과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적장애인은 장애유형 중에서 경제적 피해와 성적피해를 가장 많이 입는 대상이다.

한 지적장애인은 이웃에게 도장 한 번 빌려줬다가 은행으로부터 거액의 채무자가 되고 집을 날리게 되는 경우를 봤다. 그러나 법은 그 장애인의 행위에만 근거하여 보증을 인정할 것이다.

가슴이 답답하다. 지적장애인은 과연 사회와 더불어 살 수 없는 것인가? 이를 위해선 인권을 지키기 위한 법제도에 장애특성에 맞는 적용조항이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이다. 장애인의 인권, 생활권은 장애인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이고 그 당사자만 주장해서 될 일은 아니다.

장애인에게 ‘위력’과 ‘위계’가 재해석되는 형법 개정안이 상정되고 있는 이 시점에 이미 실시되고 있는 교통 약자 교통수단(장애인택시)이나 곳곳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것과 같이 모두가 함께 가는 세상이 되도록 의식도 같이 변화되기를 바라면서 모든 이에게 ‘장애는 선택해서 입은 게 아니랍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최숙경 광주여성장애인연대성폭력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