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가 되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고 범시민적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어느 통계에 따르면 전년에 비해 학생 간의 폭력 건수는 다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하고 생각하기조차 하기 싫은 교사가 학생에게 행사한 폭력의 위험수위나 강도는 알 수 없다.
작년 연말 즈음 어느 지역신문에서 읽었던 내용이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학교폭력 그 깊은 상처’라는 제목의 글로,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동창회에서 나눈 대화 중 선생님과 선배로부터 폭력을 당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시험을 치른 뒤 틀린 개수만큼 때리는 공포의 수학선생님, 쇳덩이 피스와 드럼 스틱으로 때리는 밴드부 선배, 성적순으로 통지표를 나누어 주어 공개 망신 시키는 선생님, 시험을 못 봤다고 때리고, 그림 못 그렸다고 때리고, 이성교재 했다는 이유로 공개적인 장소에서 머리 박치기하는 선생님, 성적순으로 출석을 부르는 선생님 등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의 내용들이다.
듣기조차 민망스럽지만 학교에서 자행되는 폭력을 나열 한 것들이다. 어느 동창회나 있을 만한 대화의 내용이고 이것들은 한낱 추억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소개된 글의 필자는 “학교폭력의 속성은 전쟁이나 인민재판에서 겪는 두려움보다 충격이 크고 그 상처가 깊고 넓다” 라고 했다. 어린 나이에 느꼈을 공포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교사로부터 자행되는 폭력의 위험수위나 빈도가 도를 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극소수 몇몇 교사의 행위일지라도 어린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그 무엇보다 클 것이다. 어느 여학생의 말에 의하면 “때론 선생님의 매질 때문에 학교 가기도 싫고, 이 세상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라는 장난 섞인 듯 하는 말을 장난으로 넘겨야 하는 일인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법) 제2조는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 간에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 및 성폭력,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행 학폭법으로는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학생과 교사,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부모, 학생과 다른 학생부모 등의 폭력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많은 한계점을 지닌다.
따라서 현행 학폭법 제2조 학교폭력의 정의를 초광의의 개념으로 확대 정의되어야만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저질러지고 있는 폭력을 예방하고 학생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으며, 학폭법이 목적하는바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선구〈청소년폭력예방재단 광주지부장·사회복지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