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인의 전화가 노인전문 전화상담을 목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노인상담사업을 시작한 지 벌써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15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노인복지는 부양할 사람이 없고 가난하며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을 시설에서 보호해주는 ‘양로원 노인복지’ 수준이어서 모든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적인 노인상담사업이라는 것이 아주 낯설었던 시절이었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복지수준을 평가할 때 사용되는 기준 중의 하나는 복지제도의 혜택을 받는 대상자의 폭이 얼마나 넓으냐 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제도는 대부분의 제도가 대상자를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일부분에 한정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복지수준을 평가할 때 늘 후진성을 면하지 못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것이 2000년에 들어와서 생활보호제도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 바뀐 것을 계기로 점점 복지제도의 수급권자의 폭이 확대되어 오고 있다.
노인복지분야에서도 그러한 변화는 진행되어 왔다. 1981년에 노인복지법의 제정을 시작으로 1990년대 중반까지 진행되어왔던 우리나라의 노인복지서비스는 주로 가난한 노인들에 대한 서비스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들어 저소득노인이 아닌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여가생활을 지원해주기 위한 노인복지관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였고,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재가노인복지사업의 확대, 노인 일자리 사업의 전개, 노인학대예방사업의 시행,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제정, 기초노령연금제도의 제정 등과 같이 선별적인 노인복지가 아닌 보편적인 노인복지제도가 시행되거나 제정되어왔다.
이러한 시도는 한국노인의 전화에서 꾸준히 시도되어 왔다. 노인의 성(性)적 권리에 대한 인식조차 없었던 1990년대 중반에 ‘노인의 성적권리 보호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였고, 2001년 ‘노화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세미나’, 2003년 ‘노인 일거리 만들기’, 2004년 ‘실버산업의 오늘과 내일’, 2007년 ‘행복한 노년기를 위한 노후준비와 자산관리’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하여 가난한 노인만이 아닌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노인복지서비스의 개발과 정착을 위해 노력하여 왔다.
현재의 여러 가지 상황을 볼 때 이제 우리나라도 보편적인 노인복지서비스가 정착되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 한 가지 사회복지계에서 우려하는 것은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실용적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점이다. 분배보다는 성장을, 복지보다는 경제를 우선시하는 정당의 집권은 복지분야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지분야의 진전을 과거로 다시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보편적인 복지서비스는 국민의 동의를 거쳐 이미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중요한 특성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사회복지의 발전을 위해 우리 한국노인의 전화와 같은 NGO의 역할이 더 중요하게 될지 모른다. 한편으로는 복지를 축소하려고 하는 정부를 견제해야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서는 정부가 나서려고 하지 않는 복지서비스를 개척해야 하는 역할도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양철호<한국노인의 전화 광주·전남 회장, 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