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오스트리아 빈의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은 공연계에 숱한 화제를 뿌렸다. 유럽의 ‘빅3’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데다 세계적인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가 이끄는 화려한 명성은 음악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빈 슈타츠오퍼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45만원(VIP석)에 달하는 티켓가격이다. 빈 슈타츠오퍼는 지난 2005년 베를린 필하모닉의 내한공연 입장료 40만원을 갈아치우며 한국 클래식 공연 최고가를 경신했다. 놀라운 건 그뿐이 아니었다. 서민들은 꿈도 꾸기 힘든 고가 티켓이 발매와 동시에 매진된 것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리 놀라울 것도 없다.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2천500석 가운데 1천700석은 후원기업들에게 ‘협찬 티켓’ 명목으로 뿌려졌다. 나머지 800석만이 일반관객들에게 판매됐다. 두 달 전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테너 호세 카레라스의 공연도 ‘그들만의 무대’로 끝났다. VIP석(30만원)부터 A석(20만원)까지 이른바 ‘노른자 자리’는 이미 주인이 정해져 있었다. 주최측이 협찬사인 HSBC은행 등에게 고객용 티켓으로 건넨 것이다. 2천500여석 가운데 B석(6만 원) 670석만이 일반 관객들에게 오픈됐다. 이들 사례는 지난 9월 ‘문화접대비’제도가 시행된 이후 나타난 공연계의 어두운 이면이다. 문화접대비는 기업의 접대비 지출액 가운데 문화 관련 지출이 3%를 넘는 경우 접대비 한도액의 10%까지 추가로 손비를 인정해주는 제도. 그런데 이 제도가 입장료에 거품을 끼게 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 후원이 외국 유명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나 대형 뮤지컬에 치중돼 있는 데다 후원금에 상당하는 티켓을 가져가는 바람에 티켓 가격을 낮추기보다는 좌석 점유율을 높이는 데 그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기업은 티켓 값이 높아야 (VIP고객들에게) 생색내기가 좋은 만큼 아예 고가공연을 부추기기도 한다. 문제는 기업의 ‘귀족마케팅’으로 인해 일반 관객들이 ‘티켓값 인플레’를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문화관광부는 고가 입장료 논란이 일고 있는 공연에 대해 원가 조사에 착수했다. 문광부는 이번 조사에서 문화접대비 도입은 물론 기획사들간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개런티 상승과의 관계를 분석해 고가공연으로 인한 폐단을 개선해 나간다는 취지다. 의욕적으로 추진한 문화접대비제도가 공연을 후원하고 티켓을 가져가는 일회성 지원으로 그칠 경우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유럽의 대형 투자기관인 UBS는 영국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꾸준히 후원해 티켓 가격을 낮추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외국처럼 제작비 지원을 통해 공연의 대중화에 눈돌려야 할 때다. 공연장의 문턱을 낮추는 것은 고객감동을 이끌어내는 문화마케팅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