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를 보면 종종 특이하고 이색적인 느낌의 장면이 있다. 가난하게 보이는 영화 속 등장인물이 경찰에게 잡혀가면서 자신의 변호사를 불러달라고 요구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미국이라는 나라의 법률서비스가 얼마나 잘 갖춰졌기에 가난한 범인조차도 자신의 변호사를 두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통계를 살펴보니 미국의 경우 국민 280명당 1명의 변호사가 있다고 한다. 호주·영국·독일 등지의 선진국도 인구 500∼700명당 변호사 1명이 있다.
반면 우리 나라는 1명의 변호사가 7천633명 국민을 담당하고 있는 꼴이다.
이는 우리나라 대국민 법조인비율이 OECD 30개국 중 최하위이고, 매년 3천명씩 20년간 법조인을 배출해도 OECD국가 중에서 중하위권에 진입하는 데 그치는 정도가 되는 정도다.
최근 로스쿨 논쟁은 입학정원을 둘러싼 교육부와 각 대학의 정치적 대결뿐이다.
또 논의의 초점에서 국민의 사법서비스 개선은 제외된 점이 우려된다. 로스쿨 논의가 시작된 2005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제안한 법학전문대학원 도입방안은 법조인 양성을 수요에 맞춰 양을 늘리고 법률서비스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법조인의 수를 늘림으로써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 문턱을 낮추고, 다양한 전문 분야의 수요를 충족하고 법률 지식은 물론 법조인 업무의 공익적 특성을 감안한 소양을 쌓도록 법학교육을 하는 것이었다.
로스쿨 제도 도입의 또 다른 취지는 법률서비스분야에서 수도권과 지역간 불균형 해소이다.
우리나라 234개 기초자치단체 중 단 한 명의 변호사도 없는 곳이 122개 시군구(52%)로, 이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단지 그곳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사회의 법률 서비스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로스쿨마저 서울 등 수도권의 일부 지역에 집중된다면, 지방은 더욱 법률서비스로부터 소외되고 지방의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최근 로스쿨 설립을 준비하는 수도권에 있는 대학들은 지방에 있는 대학의 교수 빼가기에 여념이 없고, 이로 인해 지방의 대학생들은 수업차질과 정서적 상실감이라는 지방차별의 쓴맛을 감내하고 있다.
또 로스쿨 논의의 주제도 입학정원에만 집중되고 있고 ‘로스쿨의 지방분산’이라는 원래 취지는 논의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다.
사법개혁이 제대로 진행되고,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로스쿨을 지방에 우선 배치해야 한다. 각 지역의 균형발전과 지방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특정지역에 집중하지 말고 전국의 광역권별로 균등배분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빛고을미래사회연구원 상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