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우리 나라의 학부모라면 이 말만 들어도 한숨부터 나올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한해 사교육비가 30조∼40조원 하는 말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통계조차도 낼 수 없을 만큼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중에서도 영어 사교육비는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학부모에게 부담이 크다.
그런데 인터폴(국제경찰)이 지난 8일 전세계에 공개수배한 아동 성추행범이 며칠 전까지 광주 외국인 학교에서 강사로 재직한 사실을 접하면서 학부모들은 소름이 끼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람은 2003년 당시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 6세부터 10대의 소년들 수십명을 성추행했고, 이런 행위가 담긴 사진을 자신의 얼굴만을 가린 채 인터넷에 올린 성도착증 환자였다는 것이다.
몇 달 전에도 원어민 강사가 환각상태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보도됐고, 알코올중독자·학위위조자·실력미달 무자격자들이 많다는 내용이 심심찮게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
1차적인 책임은 해당국가 기관과 학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해당 국가기관에서는 원어민 강사에 대한 정확한 취업비자나 건강확인서, 자격증 등 철저한 검증시스템을 마련하여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추어진다고 해도 우리가 영어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수요에 따른 공급의 부족으로 인해 효과를 기대하는 어려울 것이다.
영어가 공영어가 되면서 영어는 이제 우리 한국사회에서 한글보다도 더 필수조건이 돼 버렸다.
태아교육부터 영어는 시작된다. 예전에는 아이의 감성지수를 높이기 위해 클래식 음악을 들었던 것이 이제는 세상 밖으로 나와서 영어와 친숙해 지기 위한 영어테이프를 먼저 듣는다.
영유아교육기관 역시 영어중심시설이 완벽한 곳으로 보낸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곧바로 학교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욕구로 사교육으로 향한다.
그 결과 영어생활화라는 핑계로 우후죽순 영어타운이 들어서면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지방예산만 낭비되는 사례가 지적되고 있다. 원어민처럼 유창한 발음과 현장성 있는 교육을 기대하면서 원어민 강사에 대한 요구가 확산하면서 성추행범, 범죄자, 실력미달자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고 있는 것이다.
또 가장 심각한 것은 한글과 영어의 혼돈 속에서 우리말을 잃어버림으로써 오는 언어장애로 인해 정신적 피해까지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언어는 어떤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익히는 것이지 학습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한글을 자연스럽게 익혔듯이 영어를 그렇게 익히고 싶다면 모국어에 대한 완전한 습득과 바른 이해가 바탕이 된 다음인 초등 3학년 이후가 적정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영어를 대학입시나 취업에 목적에 두고, 남보다 앞서기 위해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충실히 따라주는 것만으로도 영어 열풍 폐해로부터 우리 아이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최은순〈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