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뮤지컬’ 하면 뉴욕의 브로드웨이를 떠올리지만, 사실 뮤지컬의 본고장은 런던의 웨스트엔드(Westend)다. 웨스트엔드라는 명칭은 초창기 런던의 중심지였던 시티 지역에서 볼 때 서쪽 끝에 자리하고 있어 붙여졌다. 1800년대 후반 런더너들이 술을 마시며 무희들의 현란한 쇼와 걸쭉한 입담을 즐길 수 있었던 ‘뮤직홀’은 지금의 뮤지컬 공연장 전신이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뮤지컬의 중심은 스케일을 앞세운 뉴욕 브로드 웨이로 넘어갔다.
1980년대 들어 영국의 천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의 등장으로 상황이 역전된다. 두 사람의 손에서 탄생한 ‘오페라의 유령’ ‘캣츠’ ‘에비타’ 등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웨스트엔드는 다시 ‘뮤지컬의 메카’라는 명성을 되찾았다.
웨스트엔드는 뮤지컬 도시답게 500석 이상의 전용극장이 30여 개나 있다.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밤 다양한 뮤지컬과 연극이 상영돼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매년 런던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약 300만 명. 이 가운데 웨스트엔드의 뮤지컬만을 보기 위해 런던행 티켓을 끊는 ‘열혈 마니아’들이 126만 명이나 된다.
또한, 웨스트엔드에서 한 해 팔리는 뮤지컬 표는 1천300만 장. 연간 20억 파운드(약 3조6천억 원)의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웨스트엔드 뮤지컬은, 문화 강국 영국의 ‘꿈의 공장’이다.
웨스트엔드의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들은 비단 런던에만 갇혀 있지 않는다. 때론 파리로, 호주로, 그리고 한국을 순회하며 화려한 춤과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대표적인 뮤지컬이 바로 ‘캣츠’다. 1981년 웨스트엔드의 뉴런던 씨어터에서 초연된 이후 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명실공히 ‘뮤지컬의 대명사’다.
환상의 뮤지컬 ‘캣츠’ 광주공연이 16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7일 개막한 ‘캣츠’는 파워풀한 안무와 아름다운 선율로 광주를 뮤지컬의 바다에 푹 빠뜨렸다. 공연장 여건과 시장성 때문에 블록버스터급 공연을 접할 수 없었던 광주 시민들은 모처럼 ‘명품 뮤지컬’을 만끽하며 그동안의 갈증을 씻었다.
이처럼 ‘캣츠’는 (광주에)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지만 동시에 적지않은 과제를 남겼다. 뮤지컬 전용 극장 하나 없는 열악한 인프라는 물론이거니와 관객들을 끌어 모으는 ‘볼거리 부재’가 대표적이다.
사실 광주는 지역의 색깔을 담은 창작공연은 고사하고 국내외 유명 작품도 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언제부턴가 광주는 공연불모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캣츠’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지금, 광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스테디(steady) 공연’을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캣츠’가 쇠락해가는 웨스트엔드의 명성을 되찾은 것 처럼 말이다.
박진현〈문화생활부장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