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면 걱정거리가 있다. 바로 음식물쓰레기다. 풍성한 과일이 있고, 학생들도 방학이라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음식물 쓰레기가 다른 계절에 비해 증가한다.
지난 2005년부터 생활쓰레기에서 음식물쓰레기를 분리 배출하기 시작하면서 사회문제화되고 있지만, 정부나 광주시의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시민들이 줄이지 않으면 답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으로 맞는 말이다. 이 문제는 생활문제이므로 무엇보다 ‘시민’들이 줄이고자 하는 의지와 실천이 관건이다.
가정에서부터 시작해 음식점·학교 등의 단체급식 시설에서까지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해 그 배출량을 단 1%만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이 문제는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우리의 풍족한 소비생활을 성하고 남기지 않는 방법을 실천하는 것이다.
우리 지역의 환경단체인 ‘녹색연합’ 주부회원들은 각자의 가정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려는 작은 실천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 큰 힘이 되고 있는 존재가 다름 아닌 미물로 여기는 ‘지렁이’였다.
생명체인 지렁이를 통해, 우리의 낭비적인 삶을 반성하며, 생각을 바꾸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감량과 자원화(퇴비화)를 실천할 수 있었다. 지렁이 덕이다.
지렁이는 흙 속에 살면서 지구상의 동·식물쓰레기를 먹고 토양을 기름지게 하며, 땅을 숨 쉬게 해주는 위대한 존재이다.
3년 동안 100여 가정에서 ‘지렁이와의 동거’를 시작했고, 방법에 익숙해지면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광주시 북구 중흥3동에 ‘꿈틀이 공원’을 조성해 주목을 받았고, 올해에는 ‘전남여고’ 환경반에서 작은 퇴비장을 만들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힘으로 ‘음식물 쓰레기 30% 감량 아파트’에 도전하고 있는 ‘신안동 모아아파트’의 공동퇴비장은 기대가 크다.
이 소식이 널리 알려지자 다른 가정과 학교·식당·교회·아파트에서 관심을 가지게 됐고, 북구 매곡동에서는 ‘음식물쓰레기 없는 지렁이 생태마을 만들기’를 준비하고 있다. 주말농장과 텃밭을 가진 친환경 농부들도 지렁이를 통해 ‘도시에서의 자원순환’을 꿈꾸고 있다.
물론 지렁이 퇴비화만이 방법은 아니다. 무엇보다 남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분리수거와 수분제거만 해도 효과는 크다.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지렁이를 비롯하여 EM(미생물 발효), 처리기기 사용 등도 해볼 만하다.
이런 방법을 안내하고 지원하는 광주시와 지자체의 노력도 아쉽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실천을 기대하기 전에 오히려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주고, 노력하는 주민들에게 성과보수를 주는 지원책을 내놓기를 기대해본다.

/박필순 광주·전남녹색연합 녹색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