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일요일 오전 10시 뉴욕 현대미술관 1층 안내데스크 앞은 꼬마관객들로 넘쳐 난다. 4살 어린이와 그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네 살짜리를 위한 미술(Art for Four)’의 참가자들이다.
미술을 전공한 에듀케이터(educator)가 참가자들을 20명 미만의 소그룹으로 나눠 약 1시간 동안 전시실 3∼4곳을 함께 돌며 그림 설명을 한다. 무료인 ‘네 살짜리를 위한 미술’은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 포드(Ford)사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후원하는 미술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다.
이 미술관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학교와 연계한 ‘유치원∼중학생을 위한 미술클래스(K-12)’. 미술관은 이 수업의 참가자들에게 미리 전시작품에 대한 정보가 담긴 자료를 보낸다. 선행수업(?)을 한 학생들은 수업 당일 전시장을 둘러보며 ‘아는 만큼 보이는’ 즐거움을 얻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일 년에 4차례 7살 이상의 어린이와 부모들을 위한 ‘가족콘서트’를 연다. 관객들은 지휘자 마이클 틸슨 토머스가 들려주는 눈높이 해설을 통해 클래식에 흥미를 갖는다.
지난 1919년 시작된 이 콘서트는 지난해까지 3만5천 명의 꼬마관객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였다. 3일 전 오케스트라 측에서 보내준 가이드 북과 음반으로 사전학습을 한 어린이들은 공연 당일 귀에 쏙쏙 들어오는 연주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뉴욕 현대미술관이 그림이 뭔지도 모르는 4살짜리 아이들을 ‘VIP관객’으로 모시는 이유는 단 하나. 미래의 미술관 고객을 기르기 위해서다. 어릴 때 부터 부모 손을 잡고 전시장을 둘러본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미술관을 자주 찾는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문화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자국민들을 문화시민으로 양성하기 위해 예술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다. 미술과 음악, 문학을 통해 길러진 예술적 감상은 문화소비로 이어져 기초예술과 문화산업을 살찌우는 도미노 효과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우리나라도 박물관과 미술관에 유아들을 위한 작품 해설사가 배치된다. 최근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중장기 전략’에 따르면 국립 문화시설 15개소에 작품 해설사가 배치되고, 오는 2011년까지 대상 시설이 100개소로 확대된다.
그동안 미흡했던 유아 대상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미래 문화관객들을 길러내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화마인드는 하루아침에 뚝딱 생기는 것이 아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전시장이나 공연장을 자주 찾다 보면 시나브로 그림과 음악에 대한 안목이 키워지기 때문이다. 4살 꼬마가 80세 미술 팬으로 자랄 수 있도록 가정, 학교, 사회가 문화교육 전령사로 나서야 할 때다. 어린이 관객은 문화선진국의 미래다.
〈문화생활부장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