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일본의 요코하마는 광주비엔날레의 독주를 견제할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요코하마 트리엔날레(3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미술전)다. 세계무대에 자랑할 만한 문화이벤트가 없었던 일본은 이 트리엔날레를 통해 문화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일신하고자 했다. 요코하마 트리엔날레는 신생대회임에도 불구하고 20만 명에 가까운 관람객을 동원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요코하마 트리엔날레가 시선을 끌었던 것은 4명의 미술기획자들을 한데 묶은 공동감독제였다. 1인 예술감독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다수 비엔날레와는 차별화된 시도였던 것이다. 참신함을 내걸었던 요코하마는 그에 못지 않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코모토 신지, 나카무라 노부요, 난조 후미오, 다테하라 아키라 등 개성 강한 4명의 감독은 전시기획에서부터 파티션(전시장 칸막이 설치작업)에 이르기까지 이견을 보인 것이다. 이 때문에 조직위는 준비기간 내내 이들의 ‘불안한’ 동거를 가슴 졸이며 지켜봐야 했다. 다행히 ‘메가 웨이브-새로운 통합을 위하여’라는 전시 주제처럼 각자 목소리 볼륨을 최대한 낮춰 큰 잡음없이 대회를 마쳤다. 하지만, 조직위원회는 사후 평가서에서 (이 공동감독제에 대해) ‘No good’이란 인색한 점수를 줬다. 대회는 무난하게 치렀을지 몰라도, 공동감독제로 인한 시행착오를 두 번 이상 겪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요즘 광주비엔날레의 체면이 말씀이 아니다. 2008 비엔날레의 예술감독 리스트에 오른 일부 후보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12월부터 예술감독 선임에 올인해 왔던 재단은 6개월째 후보를 찾느라 적잖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재단이 감독 선임문제로 고전하고 있는 것은 올해 첫 도입한 내외국인 공동감독제 때문이다. 공동감독제는 비엔날레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되 한국 사정에 어두운 외국인에게 전권을 맡기는데 따른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국인을 파트너로 활용하는 카드다. 하지만, 의욕만 앞선 나머지 공동감독제에 대한 준비부족으로 ‘후보난’을 톡톡히 겪고 있다. 공동감독제의 경우 1인 감독과 달리 두 사람간의 호흡과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광주비엔날레 내국인 감독에 오른 한 후보가 “재단의 잣대로 선정한 외국인과 호흡을 맞출 자신이 없다”며 후보 지명을 고사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잘 반영한다. 이런 이유로 공동감독제를 채택한 일부 비엔날레들은 시차를 두고 먼저 선임된 감독에게 파트너 선택권을 부여하기도 한다. 예술감독 선임은 성공비엔날레로 가는 첫 관문이다. 재단은 공동감독제라는 큰 틀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내외국인 후보 중 한 사람을 먼저 뽑고 그 감독에게 파트너를 고르게 하는 묘안을 발휘해야 할 때다. 재단의 유연한 자세가 하루빨리 진퇴양난에 빠진 공동감독제를 구하는 길이다. 언제까지 감독 선임에 매달릴 건가. 〈문화생활부장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