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스웨덴 말뫼 오페라 극장은 ‘아이다’의 첫 내한무대로 대전을 선택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 유명예술단체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을 거점으로 지방순회에 나서는 관례에서 볼때 파격적인 행보였다. 무대인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이하 전당·1천600여석)의 시설에 감탄한 이 극장 연출자 마리안느 묘르크는 4일간의 ‘아이다’ 공연을 위해 대전에 두 달 이상 머물며 스태프들을 지휘했다. 이런 열성 때문인지 ‘아이다’는 지방공연이라는 핸디캡을 깨고 전회 매진이라는 대박을 냈다. 이 공연을 계기로 대전은 ‘오페라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말끔히 씻어냈다. 그 뿐인가. 이후 대전은 뉴욕 필하모니,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들을 줄줄이 성사시키며 예술의 도시로 거듭났다. 여기에는 960억원을 들인 최첨단 시설의 전당과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외부전문가를 끌어들인 ‘열린 경영’이 큰몫을 했다. 실제로 전당은 지난 2003년 개관 이후 굵직한 공연들을 기획해 유료관객 30만 시대를 열었다. 지난달 31일 뮤지컬 ‘캣츠’의 개막 공연이 열린 대구 오페라하우스 대극장(1천500석)은 빈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4년 만에 내한한 ‘캣츠’ 월드 투어팀은 ‘제1회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대구에서 국내 4개 도시 투어의 대장정에 나섰다. 공연 기간도 광주(10일)나 대전(16일)에 비해 2∼3배나 긴 32일. 해외 공연팀이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한 달 넘는 공연을 갖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렇다면 대구가 ‘캣츠’를 한달간 붙들어 놓을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바로 풍부한 공연인프라와 시민들의 문화사랑이다. 현재 대구에는 1천석 이상 공연장이 8곳이나 된다. 이 중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올해 ‘미스 사이공’ ‘토요일 밤의 열기’ ‘캣츠’가 이미 무대에 오른데 이어 하반기에도 ‘대장금’ ‘명성황후’ 등 대형 뮤지컬이 줄줄이 잡혀 있다. 뮤지컬에 대한 시민들의 열정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대구에서 뮤지컬을 관람한 관객은 12만명. 여기에 대구·경북 지역 내 27개 대학에 46개의 뮤지컬 관련학과가 개설돼 있는 등 뮤지컬 인력 양성의 토대도 구축돼 있다. 대구가 ‘뮤지컬의 메카’로 불리는 이유다. 올 9월 광주에서도 ‘캣츠’공연이 10일간 열린다. 광주문예회관(1천800석) 사상 단일 공연으로는 유례가 없는 장기공연이다. 광주 유일의 대형 공연장이다 보니 4일 이상 좌석을 빼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이 때문에 전국순회에 나선 국내외 유명예술단체들은 1∼2차례 공연으로는 수지가 안맞아 광주를 건너뛰기 일쑤다. 최첨단 공연시설, 시민들의 문화마인드는 문화도시의 성장동력이다. 이는 곧 문화중심도시를 꿈꾸는, 공연 인프라의 불모지 광주가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문화생활부장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