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초가 되면 도지사가 일선 시·군을 방문, 지역현안을 보고 받고 주민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은 관선 때부터 계속되고 있는 연례행사다. 일선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최소 한달 전 부터 업무 보고와 현안사업 건의서를 챙기는 등 도백을 맞기위해 많은 인력과 시간을 쏟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이같은 노력에 비해 얻는 성과는 극히 미미하다.
지난달 28일 장흥군을 방문한 박준영 전남지사는 주민과의 대화에 앞서 “예산관련 건의는 가급적 자제해 달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럼에도 장흥군 의회 의원들과 주민들은 도비지원을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박 지사는 “검토하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장흥군이 이날 박지사에게 받은 ‘선물’은 그동안 여러차례 약속했던 전남 공무원 교육원의 남도대학 이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정도였다.
현재 광역자치단체인 시·도의 기능은 중앙정부와 기초자치단체를 연결하는 경유기관에 불과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도지사 역시 높은 위상에 비해 일선 기초자치단체에 영향을 미치는 권한과 역할은 그리 크지 않다. 지역 현안사업 추진때 도비 부담율은 5∼10%선에 불과하고 나머지 예산은 국비와 시·군비로 충당된다. 일선 지자체가 시·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중앙부처를 상대로 예산을 따내 각종 현안사업을 해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광역자치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시·도에 조정기능만 남기고 여타 업무를 과감히 일선 시·군에 이양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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