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의 조각가 C씨는 요즘 뜨고 있는 투잡스(two jobs)족이다. 본업은 조각가이고 부업은 공사판 인부다. 투잡스족이니 마땅히 수입도 두 배여야 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질 못하다. 수입이라고 해봐야 부업인 아파트 실내공사를 따라다니며 받는 일당이 전부나 다름없다. 이처럼 본업과 부업이 뒤바뀐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작품을 만들어 봐야 사겠다고 찾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다 운이 좋아 1년에 2∼3개 정도 팔린다 쳐도 재료비와 인건비를 빼고 나면 빈손이다. 그렇다고 그가 무능한 작가냐면 천만에다. 실험적인 그의 작업은 이미 여러 공모전에서 검증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알아주는 고객이 적은 탓에 살기가 팍팍하다. 지금까지는 예술에 대한 열정 하나로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조각이란 한 우물만 파고 있을 지는 자신이 안 선다. 2년 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린 조각가 고 구본주씨와 삼성화재 간의 소송은 예술가의 법적 지위에 관한 논쟁을 불러 일으킨 사례로 꼽힌다. 소송의 발단은 이렇다. 보험회사 측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구씨(당시 37세)에 대해 고인이 건물의 대형 상징물을 제작한 육체노동에 종사했다는 이유로 도시 일용노동자 노임에 준하고 정년도 60세로 낮춰 보험금을 산정한 것이다. 보험회사의 눈엔 제 아무리 화단의 촉망을 받았던 화려한 이력의 아티스트 였더라도 무직이나 다름없는 도시 일용노동자였던 것이다. 이에 반발한 유가족과 2년간에 걸친 지루한 소송은 보험회사 측이 항소를 취하하면서 일단락됐다. 최근 기획예산처 사회 서비스 향상기획단이 발표한 ‘문화분야 사회서비스 실태조사’는 이 같은 예술인들의 열악한 현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예술인의 60%가 월 소득 100만 원 미만의 저소득층에 해당하며, 일부는 도배나 집수리 등 막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근래 이 지역 연극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내홍도, 알고 보면 연극인들의 열악한 현실과 관련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모름지기 예술이 융성하고 국민이 문화생활을 향유하려면 예술가들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생계대책이 보장되어야 한다. 삶과 예술의 최전선에서 ‘전투를 치르며’ 열정을 이어가는 예술인들의 현실은 더 이상 그들 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예술을 공적 영역으로 인정해 예술인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유럽처럼, 예술인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 때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화실과 무대를 떠나는 예술가들이 늘어날수록 우리가 느끼는 ‘문화적 허기’도 그만큼 커진다. 〈문화생활부장·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