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미래’를 담은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조성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최근 청와대가 내달 특별법 발효와 시행령 제정, 종합계획수립 등을 앞두고 조성사업의 추진동력인 문화관광부 추진기획단의 수장을 전격 교체한 것이다. 청와대의 이번 인사조치는 추진기획단과 지역사회간의 뿌리깊은 불신의 벽을 허물려는 신호탄으로 보여 향후 문화수도의 밑그림은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사실 그동안 문화수도 조성사업은 광주 사람들에게는 ‘가까이 하기엔 먼’ 존재나 다름없었다. 아시아의 문화허브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문광부가 지역여론을 무시한채 (사업을) 밀어부치는 바람에 정작 문화도시의 주체인 지역민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 했다. ‘지하 실험실’을 연상케하는 아시아 문화전당의 컨셉도 그렇고, 제 목소리 한번 내보지도 못하고 있는 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회(조성위)의 위상도 그렇고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뚫리지 않아 속을 태웠던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추진기획단의 인적 쇄신은 답보상태에 머물렀던 조성사업의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조성사업이 저절로 굴러갈 거라고 기대하는 건 오산이다. 청와대가 조성위·추진기획단의 조직과 아시아 문화전당, 인적 운영과 쇄신방안 등 5개분야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점은 사뭇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일 추진주체를 둘러싼 예기치 않은 파워게임이 벌어질 경우 조성사업은 목표를 잃은채 표류하게 될 지도 모른다. 조성사업이 중심을 잃지 않고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광주’를 이끌어 갈 무게감 있는 구심체가 절대적이다. 최근 ‘있으나 마나’한 조성위의 위상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민들 사이에 힘을 얻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분위기를 대변한다. 실제로 조성위는 ‘총리급 위원장’이라는 간판을 무색케 하는 단순한 심의기구, 그 뿐이었다. 작년 연말 더 이상 추진기획단의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며 문광부에게 조성위 산하 집행기구 설치를 요구했던 송재구 위원장의 제안은 아직까지 ‘대답없는 메아리’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송 위원장이 이끄는 제2기 조성위는 출범 4개월 동안 추진기획단과의 미묘한 힘겨루기에 ‘올인’하고 있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는 상황이다. 조성사업이 문화전당 건립만으로 끝나는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 위해서, 일방주의로 점철된 추진기획단의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성위의 위상 정립은 시급하다. 그것이 어지럽게 꼬여있는 문화수도 조성사업의 매듭을 푸는 실마리이다.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문화생활부장·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