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가 9일 전남도 농업기술원에서 개최키로 한 `쌀농가 소득안정방안 전남·북 토론회''가 끝내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새삼 확인된 것은 농민들의 농정 당국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의 골 뿐이었다.
이수화 농림부 식량생산국장은 이날 토론회에 앞서 “전남·북은 농가소득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아 쌀시장 개방에 따른 충격이 그만큼 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농림부도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이번 토론회에서 지역농민들이 요구하는 소득안정방안을 수렴해 기획예산처와 협의과정에서 적극 반영하고 `투쟁''까지 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하지만 농민들의 입장은 강경했다. 이번 토론회는 쌀시장 추가 개방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허연 전농 광주·전남연맹 의장은 “진정으로 농민들의 의견 수렴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방향을 이미 설정해놓고 이를 통과시키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농민단체는 특히 토론회 개최 시점이 모내기 등으로 연중 농민들이 가장 바쁜 철이라는 점에서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날 농민연대가 즉석에서 개최한 `난장 토론회''에서 한 농민은 “어떻게 하면 농민들을 배제한 채 정부안을 관철시킬 것인가 하는 잔머리에서 나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쌀시장 개방을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제안까지 있었다.
`삼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 농민가를 부르는 농민들과 이날 토론회 무산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루과이라운드(ＵＲ)이후 10여년동안 농정에대한 불신의 벽은 더욱 높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과거 수입개방협상 과정을 되돌아보면 이는 정부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 농정 당국은 어떻게 하면 불신의 장막을 걷어낼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정후식 사회2부 차장hsch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