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전남도청 기자실. 이병훈 기획관리실장이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브리핑의 요지는 담양대와 남도대 등 전남 도립대학 개편 문제였다.
이 실장은 2개 도립대를 하나로 통합하되, 2년제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도의 아같은 방침은 지금까지 전남도가 유지해 왔던 기조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다. 전남도는 2002년 이후 `도립대 통합, 20005년 4년제 개교''를 금언처럼 얘기해 왔었다.
도는 도립대학 개편 용역을 발주해 지난해 9월 `4년제로의 통합''을 골자로 한 용역안을 납품 받았으며, 올 2월에는 4년제 전환을 위한 도의회의 동의안까지 받아냈었다. 이에 따라 두 대학은 금년도 신입생 모집에 `4년제 전환시 편입 특혜''라고 대대적인 홍보도 했다.
도 관계자들도 지금까지는 “4년제 통합만이 두 대학 모두 살 길”이라는 식으로 한 목소리를 내왔다. 도립대 개편의 실무 사령탑인 이병훈 실장이 본보(3월 22일자)에 실은 기고문을 인용한다.
“최근 광주·전남지역의 일부 대학이 4년제 도립대학이 설립되면 정원 미달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나타낸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야말로 각 대학들이 문제 해결의 핵심을 잘못 짚은 것이다”
이 실장은 이어 4년제 도립대학에 반대하는 것을 `집단 이기주의'' `소모적 논쟁''이라고 폄하까지 했다.
도는 입장 변화의 이유로 잘못된 용역결과를 들고 있다. 용역기관에 모든 화살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도정이 원칙없이 오락가락했던 점에 대한 사과나 해명은 없다. `최선의 대안''이라고 입버릇 처럼 말했던 안을 철회하려면 학생, 학부모, 도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진지한 노력을 먼저 했어야 하지 않을까.

오주승<정치부 차장>js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