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장관들의 앞서가는 발언이나 다변(多辯)이 오히려 시스템 작동을 마비시키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굳이 부인하지 않겠다”면서도 `시각 교정''을 염두에 둔 상황 논리를 전개했다.
“…여러차례 화물연대 사람들이 정부에 진정을 냈지만 몇달이 지나도록 정부에서 아무런 대화창구를 열지 않았다. 4월 17일 국무회의에서 대화의 장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는데, 바로 직후 포항에서 파업사태가 발생했다.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도 조치를 취하지 않아 그 문제를 지적했고, 그 뒤 방미길에 올랐다…”
`결국 이 문제 해결에 장관들과 총리가 나섰고, 문재인 민정수석은 그 사람들을 설득하러 다녔지, 협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대통령의 설명이었다.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바로 화물대란이 앞서가는 발언 내지 다변과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은 게 화를 불렀다는 비약도 가능하다.
또한 대통령과 청와대 비선(秘線)의 잦은 국정 개입에 따른 혼란 초래라는 지적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혼란의 단초가 된 화물대란 문제를 정부에 일임한 결과가 상황 악화였던 만큼 대통령과 청와대가 나서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당위론을 역설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문에서 “대통령이 뒤에 물러선 채 권한만 행사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대통령도 중요한 국정현안에는 발벗고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주요 현안을 챙기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잦은 말바꾸기나 일관성 결여는 그 진의가 어디에 있든 국민에게 혼선과 불신만을 주게 된다. ＮＥＩＳ(교육행정정보시스템)문제가 이제 코미디처럼 치부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대통령이 발벗고 뛰더라도 일관성을 유지하는 `시각''에는 오차가 없어야 한다.

/ 申 港 樂 < 서울지사 취재부장 > hlshi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