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철이면 태풍피해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농어업인들의 시름이 가득하지만 이들을 돕기 위한 정부보조금이 검은 양심들에 의해 줄줄이 새고 있었다.
특히 이 과정에는 민의를 대변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일해달라며 주민이 직접 선출한 지방의원을 비롯, 공무원, 건설업자, 기자까지 개입해 이권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에서 지급한 복구비를 타 내는데는 우선 태풍피해를 부풀리는 수법이 동원됐다.
1억여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처럼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고흥군 봉래면 한 선착장은 아예 선착장이 없는 지역이었고 인근 방파제 2곳도 피해가 부풀려져 공사업자와 군청직원, 군의원, 행자부 사무관 등6명이 구속됐다.
태풍 루사에 파손된 남해안 양식장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태풍에 잃어버린 어린 물고기들을 새로 입식하면서 배이상 수량을 속였고 이웃 양식장에서 물고기를 빌려오는 수법까지 동원돼 양식어민 3명이 구속되고 7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검찰에서 “관계공무원 등이 바다속까지 들어가 일일히 확인하는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용, 이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또 구례군에서는 수해복구공사의 편법 수주에 건축업자와 기자, 군의원까지 개입한 것으로 밝혀져 이들 모두 사법처리됐다.
검찰은 구례군청 고위관계자의 동생이 수해복구공사 발주과정에서 이권을 챙긴 혐의를 잡고 수사중이며 건설업체 등 7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검찰의 수사가 확대되자 한 공무원은 “행자부 사무관까지 구속된 이 마당에 또다시 태풍피해가 이 지역에 발생할 경우 정부에서 피해복구에 따른 보조금을 제대로 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많은 인명과 재산을 앗아갔던 태풍피해로 망연자실한 수해민들이 검은 돈 때문에 두번 상처받는 일이 없기를, 복구과정에서 비리의혹으로 얼룩지는 사례가 더이상 이 지역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지역민들은 바라고 있다.

/池光鉉 light64@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