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4일(한국시간 15일)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의 최대 현안인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완전한 한·미동맹관계 형성, 경제협력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공동성명을 이끌어 냈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는 방미 직후 터진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폭탄 테러와 한국의 `물류대란''이라는 버거운 심적 부담하에 일궈냈다는 점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고 할 수 있다.
폭탄 테러사건은 부시 행정부의 매파들에게 강경론을 자극하고, 그 영향이 정상회담에 돌출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컷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상회담이 성공으로 귀결된 데는 노 대통령의 미국에 대한 상황인식과 그에 대한 접근법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하루 평균 10여건에 이르는 행사일정을 소화해내면서 `몸 낮추기''와 `미국의 재인식'' 발언 등을 통해 그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혼신의 노력을 경주했다.
그는 미국의 정계, 재계인사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언뜻, 엄청난 부자는 친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으나 내가 만난 부자들은 친절했다”면서 “제가 미국에 올 때는 머리로 호감을 가졌으나 방문 이틀이 지나면서 마음으로 호감을 갖게 됐다”고 적극성을 보였다.
그는 미국 방문 직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굳건한 한·미동맹관계를 역설하고, 북핵문제에 대해선 `북핵불용''에서 더 나아가 `북핵의 완전 제거''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노 대통령이 평소의 소신과 `코드''를 뛰어넘어 미국의 `구미''에 맞는 실리외교를 표방한 것은 한국이 처한 절박한 현실인식에 기인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즉 북핵 해결없는 우리의 미래는 어떠한 `그림''도 그리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제 이틀 후면 노 대통령은 귀국길에 오른다. 국내의 산적한 현안을 떠올리면 그 발걸음이 가벼울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의 또다른 실리적 수완을 기대한다.

/워싱턴에서=申港樂<서울지사 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