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생애 첫 미국 방문길에 나서면서 “첫길 가니까…일하러 가는 것 같기도 하고…가슴이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별기 내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체로 내가 느끼기에는 한국이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너무 기대를 높게 잡고, 목표 또한 높게 잡는 것 같다”며 “그런 게 실제로 정상회담에서는 부담이 되고, 걸림돌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한미정상회담이 높은 목표치를 정하기에는 좋지 않은 환경이다. 북핵 등 민감하고 미묘한 문제가 걸려 있고, 이 문제가 협상의 국면에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피력했다.
사실 이번 정상회담은 북핵문제가 가장 무거운 주제임에 틀림없다. 협상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해법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면, 두 정상간의 공동발표문도 원칙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북핵에 대한 양국의 입장 확인 외에 특별한 내용은 담길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봐야할 것 같다.
노 대통령에게 또 다른 부담이 있다면 미국 조야가 갖고 있는 한국과 대통령에 대한 의구심이 아닌가 여겨진다.
일부 미국 언론이 소파(ＳＯＦＡ) 개정을 요구하는 한국민에 대해 `반미''로 덧칠했고, 북핵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권을 강하게 어필했던 노 대통령을 `진보주의자''로 덧씌운 거부감이 미국 조야에 용해돼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도 “첫 만남에서 모든 불신과 의구심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발전적인 전기는 마련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또한 이번 정상회담을 소박하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잡아 나가겠다는 것도 한미관계에 대한 상황인식을 달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입맛''에 맞는 최근의 행보도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한미, 북미라는 역학관계에서 소신과 `코드''보다는 실리를 택한 그의 방미 성과가 어떻게 나타날지가 관심거리다.

/ 申 港 樂 < 서울지사취재부장 > hlshin @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