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이어 16일에는 흐트러진 민심을 바로 잡고 국정쇄신을 꾀하려는 첫 작업으로 국무회의, 포스트월드컵 보고대회, 신임국회의장단 접견 등 활발한 일정을 소화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시선과 마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 대통령의 이런 잇따른 일정은 최근 아들들의 비리 파문과 관련해 기자간담회 형식을 빌어 국민에게 다시 사죄의 뜻을 표하는 등 과거를 접어두고 심기일전해 국정을 챙기려는 의지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러한 국정쇄신 프로젝트만으로 지금 난마처럼 얽혀진 사태를 수습하고 민심을 다시 얻어내 국가를 끌고 가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어설픈 기분이 든다. 한 마디로 김 대통령이 기자간담회에서 보여준 현실인식이 더욱 국민들의 노여움을 자아내게한 증폭제가 되어 버렸지않나 하는 생각이다.
김 대통령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심이탈의 가장 큰 원인이 돼온 아들들 문제에 대해 사전보고를 받지 못해 이 지경까지 오게 됐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에 대해 혹시 김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현 상황의 원인을 딴 곳에서 찾고 있지않나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여기에 김 대통령은 제도적 감시장치를 언급함으로써 이것이 재발방지를 위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기 보다는 마치 제도탓으로 아들들 문제를 돌리려는 인상을 풍겨 민심의 가닥을 잡는데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말았다.
청와대는 이같은 변명성 기자간담회 다음날에 가진 포스트월드컵 보고대회 등을 통해 국정의 분기점을 맞으려 했으나 결국 국민들의 우호적인 반응을 얻어내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이제 김 대통령이 남은 임기 7개월을 평탄하게 끌어가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과와 진심을 보일 때만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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