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청 공무원들이 한여름에 꽁꽁 얼어붙었다. “시장 결재가 나지 않은 사안이 보도되면 해당 과장을 문책하겠다”는 지침이 간부회의를 통해 전달됐기 때문이다.
이런 경고가 두어 차례 계속되다 보니, 시청 내 분위기가 하루가 다르게 경색되고 있다. “콧노래를 부르며 출근토록 만들겠다”던 박광태 시장의 약속도 불과 10여일 만에 허언(虛言)이 됐다.
그렇다면, 왜 `전에 없던'' 지시가 갑작스레 떨어졌는가? 둘러대는 이유야 그럴 듯 하다. “추진중인 업무가 결재선상에서 바뀔 경우, 행정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물론, 시장은 단시간 내에 시정(市政)을 파악하고 싶을 터이다. 숨겨진 뜻을 굳이 들추어내자면, 조직을 장악하는 지름길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문책인사를 통한 `얼차려''는 단체장들이 즐겨 사용했던 `기강 잡기''의 중요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지시의 밑바닥에는 대단히 위험한 사고가 깔려 있다. 시정을 이끌어가는 것은 시장이며, 시민들은 결정한 대로 그저 따라오도록 하겠다는 `하향식 권위주의''다. 그것은 또 투명행정에 대한 정면거부나 다름없다. 시민편익을 가장한 `착각''이다.
시민들은 공무원들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생각과 그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알기를 희망한다. 시민들은 끌려가는 게 아니라 `더불어'' 고민하고 싶어한다. 행정은 닫힌 게 아니라, 밖으로 열려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합리적 사고''가 정치인에게 요청되는 주요 덕목일진대, 정치인 출신의 박 시장이 왜 이런 `비합리적 악수''를 두고 있는 것인지 실망의 소리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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